Schooled (Paperback, Reprint)
Korman, Gordon / Disney Pr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소재, 구성, 전달하는 의미, 재미까지 골고루 탄탄하게 갖춘 외국 작가의 책 또 한권을 읽었다. Schooled. 우리말로 뭐라고 바꿔쓸 수 있을까. 학교 체험? 학교 다니기? 표지의 노란 색 바탕에, 미국 어느 곳이나 공통된 모양의 학교 버스 그림이 달랑 그려져 있다.

주인공 Cap의 본명은 Capricon Anderson. Capricon은 별자리 이름 중 하나로 염소자리를 말한다. 나이 열 세살. 유일한 가족은 할머니. 사는 곳은 Garland 농장. 왕년에 히피였던 할머니는 복잡한 도시 문명에서 사는 것을 거부하고 Garland농장에 살면서 직접 먹을 것을 가꾸고 손자인 Cap을 학교에 보내는 대신 직접 가르치며 산다. 아주 어려서부터 부모없이 할머니 손에서 자라온 Cap은 바깥 세상에 대한 기억이 없이 할머니가 부모이자 친구이자 학교 선생님이자 인생의 선생님이다. 할머니는 독특하긴 하지만 뚜렷한 주관과 철학을 가진 분으로 Cap은 바깥 세상의 학교에 다니는 것 못지 않은 올바른 품성과 순수한 심성을 가진 아이로 자라난다. 문제의 발단은 이 할머니가 부상을 당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도시의 병원 신세를 지게 되면서 일어난다. 골절상으로 병원에 장기 입원해야하는 일이 생기자 Cap은 할머니 대신 사회복지사의 집에서 지내며 학교라는 곳에 다니게 된것.

우리 나라의 중학교 2학년에 해당하는 8학년으로 들어간 Cap은 모든 것이 낯설고 어리둥절하다. 천명이 넘는 아이들이 매일 똑같은 시간에 공부를 시작해서 똑같은 것을 배우고 똑같은 시간에 끝나, 똑같은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온다는 것. 일반적인 시간 대신 '교시 (periods)' 라고 이름 붙이며 수업종과 함께 시작해서 종이 치면 끝나는 공부 방식하며, 자기 물건을 넣어놓고 남이 훔쳐갈까봐 꼭꼭 잠그고 다니는 사물함의 행렬, 아이들의 거친 말투 등,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이다. 반면 Cap의 모습과 행동거지는 학교에 다니고 있는 다른 아이들 눈에도 구경거리 자체이다. 다듬은 적 없는 것 같은 긴 머리에 짚으로 엮어 만든 것 같은 신발, 결코 바뀌지 않는 옷, 자기들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해 엉뚱한 행동과 대답을 하는 것 등. 하지만 수업 시간에 보는 Cap은 결코 지식이 모자라거나 수업 태도가 나쁘거나 아둔한 아이가 아니었다.

이런 아이들이 어느 날 Cap을 8학년의 학생대표로 뽑아놓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일 어리숙한 아이를 그 자리에 앉혀 놓고 자기들이 마음대로 주무르기 위해서이다. 영문도 모른 채 학생 대표자리에 오른 Cap이 제일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한 일은 천 명이 넘는 학생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일이다. 대표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명, 한명 만날 때마다 그들의 이름을 외우기 시작하는, 참으로 엉뚱해보이지만 자기 나름대로의 방식을 확실히 가지고 있는 아이이다.

Cap이 학교에서 지내는 하루 하루, 임시로 지내고 있는 사회복지사 집에서의 생활 그 자체가 재미있는 이야기거리이다. 작가는 이런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단순히 독자에게 재미를 주는데서 그친 것이 아니라 현대 문명과 교육제도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이 이 책에 의미를 실어준다.

학교 제도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는 것일까? 쉽게 예상하듯이 작가는 단순히 현재의 학교 제도와 현대 문명을 비판하고 문제점을 제시하는 데서 끝냈을까? 그랬다면, 그렇게 흑 아니면 백이라는 입장을 택하여 전달하려고 했다면 이 책에 대한 관심은 떨어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기성이면 기성, 보수면 보수, 진보면 진보, 어느 한쪽을 찬성하면 다른 한쪽에 대해서는 배타적이 되며, 갈수록 비판의 입장을 굳혀가는 사람을 보고 있자면 아무리 훌륭한 생각이라 할지라도 마음이 답답해져온다. 진정한 비판 의식이란 끝까지 다른 입장에 대한 열린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것, 거기서도 받아들일 것이 있을 수 있고 언제든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버리지 않는 것, 마음을 말랑말랑한 상태로 유지시키는 것.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그것일지 모른다.

 

비교적 읽기에 그리 어렵지 않은 영어이고 재미도 있어 페이지가 잘 넘어간다.  재미도 있고, 생각거리도 주고. 뿌듯한 마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있는 책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놀 2013-03-16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대표가 되면 해야 할 첫째 일이 이름 익히기라고 느껴요.
처음에는 이름, 다음에는 이 이름으로 살아가는 동무가 어떤 삶을 누리는가...
담임교사도 마땅히 이름이랑 삶을 하나하나 익힐 때에
비로소 교사 구실 할 수 있겠지요.

hnine 2013-03-16 12:30   좋아요 0 | URL
급하게 외우려들지도 않아요. 한명씩 새로운 아이를 만나게될때마다 이름을 외우고 외우고, 그래서 두달만에 천여명의 이름과 얼굴을 다 외우게 되지요.
요즘은 이름대신 휴대전화 끝자리수 네자를 이름처럼 많이 부르더군요.
여기 나오는 주인공의 할머니는 굳은 신념으로 주인공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학교를 다녀본 후 아이는 그 누구의 편견도 아닌 자기의 생각을 얘기하고, 할머니는 그것을 존중해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