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zon.com 에서 가져온 이미지. 현재 알라딘에서는 검색되지 않음)

 

제목: Send

저자: Patty Blount

출판사: Sourcebooks fire

출판년도: 2012

 

왕따를 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들에 비해 가해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별로 많지 않다.

체구도 작고 성격도 유약하여 학교에서 놀림 받아 오던 아이가 있다. 체육 수업이 끝나고 옷을 갈아입는데 이 아이가 만화 그림이 그려진 속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본 어떤 아이가 재미로 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다. 이 아이는 순식간에 웃음거리, 조롱거리가 되는데 다음날 이 아이는 수치심을 못이기고 목을 매 자살하고 만다.

이 책은 우연히 포착한 장면을 단순히 재미로 사진 찍어 올린 그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이다. 이 아이 Daniel이 열 세살 때 있던 일이지만 그 후로 5년의 세월이 흐른 후, 열 여덟 살이 되었어도 그 사건으로부터 회복을 못하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사건 직후 재판을 받았고 소년원에 1년 동안 지내고 나오지만 소년원에서 나온 후에도 그는 보호 감찰 대상이 되어 열 여덟 살 이하의 다른 청소년과 둘이서만 있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이보다 더 심한 것은, 쏟아지는 비난때문에 다니던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없게 되었고, 살던 동네에서도 계속 이사를 가야했던 것이다. 그러기를 몇 차례 하던 중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이름도 다른 이름으로 바꿔서 전학을 가기에 이른다. 원래 이름은 Ken이지만 그래서 바꾼 이름이 Daniel인 것이다. 이런 방법까지 써가며 전학간 학교이니만큼 드러내지 않고 그저 조용히 학교를 다녀야할 판에 전학간 첫날부터 순조롭지 않은 사건에 연루된다. 학교 주차장에서 어떤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 것이다. Daniel은 평소에 저렇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자기때문에 자살한 친구를 떠올리며 거의 반사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아이를 도우려고 나서게 되어 교장실에 불려가게 되며 또다시 학교의 주목을 받는다. 이 상황을 똑같이 목격하고 있었지만 관여하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는 한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인 두 사람이 처음엔 서로 냉담하지만 나중엔 오히려 그 사건을 계기로 가까와지고, 관계는 더욱 발전해나가지만 나중에 밝혀지는 이 여자아이이 정체때문에 이야기는 절정에 이른다.

놀림을 받고 자살로 생을 마친 아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 가해자 주인공을 스토커처럼 쫓아 다니는 희생자의 아버지. 계속 이사에 전학을 거듭했음에도 그는 마침내 가해자 주인공을 찾아내고는 총으로 쏘아죽이려고 한다. 이런 남자를 말리는 희생자의 누나는 아버지에게 말한다. 그건 죽은 동생을 위하는 일이 아니라 아버지 자신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동생을 진정 위했다면 동생이 학교에 다니며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괴로와 할때 그것을 도와주려고 했어야 하며, 아들을 보호해줄 생각을 했어야지, 아들을 잃었다는 것이 분해서, 일부러가 아니라 한번의 실수로 가해자로 찍혀 힘들어하는 아이를 총으로 쏴죽이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동생을 자살하게 만든 것은 가해자로 고통받는 이 아이 혼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라고.

여기서 '우리'라는 말이 왜 이 작품 속의 인물들로만 들리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는 누구일 수도 있는거니까.

이 책의 주제는 학교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가해자가 속한 팀이 논쟁의 주제로 받은 것은 범죄 현장를 목격했을 때 제3자라면 직접 말리지 않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 까지만 해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가 하는 문제이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면서 Daniel은 관여해야 하고, 그것을 방관하는 것은 위법 처리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제목이 Send인 이유는, Daniel이 나중에 자살한 그 아이의 사진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고 '보내기 (Send)' 버튼을 클릭함으로써 벌어진 엄청난 결과이기 때문이다. 작품의 마지막 역시 Daniel이 Send 버튼을 클릭하는 것으로 맺는데 이번엔 문제의 발단이 되는 Send가 아니라, 문제의 마무리 역할을 하는 Send이다. 깔끔한 마무리이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Danile의 또다른 마음 속 존재인 Kenny가 계속 등장하여 Daniel과 대화를 주고 받고 서로 갈등을 빚기도 하고 도움을 구하기도 하는 방식도 좋았다. 얼마전에 읽은 우리 작가의 작품 '그치지 않는 비'에서도 비슷한 구성을 볼 수 있었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장난삼아, 단 1초도 안 걸려 '보내기' 버튼 한번 클릭 한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끔찍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그 일을 저지른 사람한테 역시 평생 얼마나 벗어나기 어려운 쇠사슬을 씌우는지, 작가는 이 작품 속에서 매우 잘 그려놓고 있다.

남들로 인해 고통받을 때, 참고 무시해버리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맞서 대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fight back)도 작품 속에서 강조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대부분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은 어딘가 약해 보이고 제대로 대항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표적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을 봐도 그렇다.

보이지 않는 공간이라는 것, 순간적인 재미삼아 하는 일이 과연 다른 사람에게도 재미일까 하는 것, 가해자가 곧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소재를 잡아, 주제를 잘 전달하고 있는, 잘 쓰여진 소설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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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3-03-03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가슴아픈 소재네요
역쉬하는 생각이 들어요
역쉬 님이 읽으시는 것들은 모두 마음을 톡톡 두드립니다

hnine 2013-03-04 05:16   좋아요 1 | URL
잘 썼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