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심심할 때 특별한 힘을 가진다
이 책을 보관함에 담아놓은지 꽤 오래 되었는데 도서관에서 마침 발견하여 보게 되었다.
글쓴이 넬리 스테판은 1921년 프랑스 태생 여류 작가이며 글을 쓴 어린이문학 작품으로는 이 작품이 유일하다고 한다. 그림을 그린 앙드레 프랑수아에 대한 설명이 더 자세하게 실려 있는데 1915년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거의 평생을 산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화가, 조각가.
이 책은 1957년에 처음 출간되었다고 하니 정말 나이가 지긋한 책이다. 뉴옥타임스 올해의 우수그림책에 선정된 것도 1958년.
제목의 '롤랑'은 이 책에 나오는 남자 아이 이름이다. 이 아이가 책의 주인공이 될만한 특징은 무엇일까?
지각을 한 벌로 교실 한 구석에 서있던 롤랑은 심심해서 연필로 벽에 호랑이를 그리고 "쨍!" 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그린 호랑이가 살아나 교실 앞으로 나가서 선생님께 인사까지 한다. 여기서 선생님이 놀라 호들갑을 떠나? 아니다. 인사를 하는 호랑이에게 선생님의 대답은,
"음, 여기에 네 자리는 없다."
마치 새로 들어온 학생에게 대하듯 한다.
다음엔 교실에 혼자 남은 롤랑이 얼룩말을 그려 창문에 붙인다. 이번엔 "쨍!" 하고 말하지 않는다. 선생님이 다시는 "쨍"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얼룩말은 살아나온다. 아이들이 밖에서 던진 눈 뭉치가 날아와 유리창이 "쨍!" 하고 깨졌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교실이 겨울 숲으로 변하기도 하고 동물원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읽으며 신이 날 것이다. 롤랑은 이런 재주때문에 감옥에도 가고, 강물 속에도 들어가며 당나귀, 얼룩말, 물고기 들과 친구가 된다.
나중엔 무사히 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것도 아이들 책 다운 마무리이다.
특별한 주제가 없어도 작가의 상상력, 현실에 제한받지 않는 이야기의 전개가 돋보이는 책이다.
이제 아이들은 나무에서도 동물의 모습을 보겠구나
원제는 The Forgotten Garden. 우리말로 '잊혀진 정원'이다.
'두레아이들'이라는 출판사에서 펴냈는데 책에 작가에 대한 소개글이 나와있지 않았다.
한때 아름다웠던 정원이 폐허가 되어 가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할아버지는 조금씩 정원을 손보기 시작하고, 그 결과 점차 예전의 정원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사실 내용보다 그림이 특색있어 보게 된 책이다. 사물의 윤곽선이 뚜렷하지 않은, 스케치 풍의 그림인데, 파스텔 톤의 두드러지지 않은 잔잔한 색깔로 명암을 살려 입체감을 표시했다.
이 책에는 수많은 나뭇잎 그림이 나오는데 크게 그려진 나뭇잎은 실제 나뭇잎을 아래 대고서 질감을 표현한 듯. 나뭇잎의 실감이 나면서 종이 위에서 생동감을 살려주는 효과가 있다. 자칫 나무 얘기만 나와서 아이들이 지루해하기 쉬운 것을, 나무를 전지하면서 공룡의 모습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여우가 되기도 하며 튼튼한 말이 되어 힘차게 뛰어오르기도 한다는 내용으로 아이들로 하여금 재미를 느끼게 하였다. 앞으로 나무를 볼때 자기도 모르게 나무를 나무의 모습으로만 보는 대신 그 속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동물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그림책의 키 포인트가 아닐까 한다.
그림책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책
겉장을 들추면 그림책 작가 (김영진)가 이 책을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갔는지가 자세하게 그림과 메모로 나와있다. 2011년 8월 부터 2012년 1월이라고 작업 기간까지.
보통 섬네일 스케치 (Thumbnail sketch)라고 하는데, 열 여덟 조각 그림들과 함께 수정 과정들, 왜, 어떻게 수정했는지에 대한 메모를 읽어보니 그림책에 대한 새로운 눈이 뜨이는 느낌이다. 물론 아이들은 이 페이지를 자세히 안볼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을 출판한 길벗출판사의 편집자로 일하는 작가 고대영이 글을 썼다. 분명히 작가 자신의 아이들이 모델로 등장한 것 같은데 모든 아빠가 이렇게 이야기로 엮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의 생활을 어른이나 부모가 아닌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 자세히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마음 없이는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부모가 아니라 아이들이니까.
가족이 하루 등산 다녀오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구성하였다. 열두살 아이가 보고도 재미있다고 하니 성공이다.
그림 속에서 펭귄, 양, 비행기를 찾아라
이 그림책 작가는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더 재미를 줄 수 있을까 늘 생각하는 작가라는 생각, 그리고 분명히 아이다운 장난기도 있는 사람일거라는 생각이 든한다. 하나의 예로서, 이 작가의 그림책에 보면 책 내용과 무관하게 페이지마다 아주 작은 동물이나 사물 캐릭터가 어느 구석엔가 숨어있다는 것을 독자들은 알 것이다. 이 책에서는 펭귄과 양과 비행기가 바로 그것들이다. 아이들이 벌을 설 때는 한 구석에서 이 캐릭터들도 벌을 서고 있다. 아이들이 신나서 뛰고 있을 때는 이것들도 팔짝팔짝 뛰고 있는 모습이다.
우연히 주운 돈을 가지고 요요를 산 병관이의 파란만장한 (!) 하루. 마지막 페이지에 이불 차버리고 곤히 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아이 키우는 집이면 어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편안하게, 아주 착하게 잠이 든 병관이'라는 그림작가의 메모를 발견하고 마음이 더 푸근해진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