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즐거운 일도 있지만,

왜 힘겹고 슬픈 날이 훨씬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질까요?

바람 앞에 촛불 같은 가볍고 작은 아이들.

무겁고도 커다란 슬픔에 맞서

꿋꿋하게 잘 이겨 내고 있어요.

우리, 조금 더 힘내요.

초롱초롱 눈빛 잃지 말고 씩씩한 가슴 펴고 웃어요.

알고 있나요.

작은그대들 용기가

이 세상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봐요. 그 새 희망 한 뼘, 또 자랐어요.

착하고 작은 사람들에게 진정

기쁜 날 가득하길.

- 작가의 말 전문 -

 

다 읽고서 표지를 다시 본다.

가방을 메고선 아이의 뒷모습. 이 아이는 지금 다른 아이들이 있는 쪽을 혼자서 바라보고 서 있다.

이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저기에 자기도 끼고 싶겠지. 그래서 이 아이는 우울할까?

 

읽고 있는 나는, 어른인 나는 눈물이 핑 도는데, 책 속의 저 아이 준서는 '오늘은 좋은 날'이라고만 한다.

약간 모자라는 추미영이 짝이 되자, 반 아이들은 차림새가 지저분한 준서와 잘 어울린다고 놀리지만, 자기가 뭔가 도울 수 있는 아이가 짝이 되어 기쁘다며 오늘은 좋은 날.

선생님께서 넌 이제 급식비 안내도 된다고 하시자 이제 아버지에게 급식비 달라고 사정하지 않아도 되어서 오늘은 기쁜날.

집을 나간 엄마가 어느 날 함께 데리고 나간 동생 은지를 데리고 학교에 나타나셨다. 이제 엄마가 집으로 돌아온건가보다 했지만 자장면만 사주고 다시 돌아가는 엄마. 하지만 동생도 보고 엄마도 보고 자장면도 먹었으니 여러가지 좋은 일이 한꺼번에 생긴 좋은날.

모처럼 인원수가 모자라 끼게된 축구에서 골을 넣고서 오늘은 참 기쁜 날.

어미고양이가 버리고 간 아기 고양이를 돌보며 고양이가 자기와 비슷한 신세라고 생각하지만 무릎으로 기어오르는 아기고양이에게서 느껴지는 따뜻한 촉감에 모락모락 기쁨이 넘치는 날이란다.

반에서 어떤 아이 돈이 없어지자 도둑으로 누명을 쓰지만 나중에 돈이 다른 곳에서 발견되자 범인이 아닌 것이 밝혀져서 오늘은 기분이 좋은 날이란다.

다시 동생을 데리고 나타난 엄마. 이제는 정말로 엄마가 집으로 돌아왔나보다 했는데 동생만 집에 남겨두고 다시 가버렸다. 나중에 아버지가 아시고 술에 취해 주정을 하며 대문 밖으로 뛰쳐나가지만, 그걸 보고 아이스크림을 먹던 동생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지만, 동생이랑 다시 함께 살게 된날, 꿈속에서도 기다려왔던 날이니 오늘은 기쁜 날이란다.

 

다 읽고는 기어이 눈물이 나고 마는데 그러면서 문득 드는 생각이, '아! 이게 바로 동심이구나!' 슬프고 힘든 일 속에서도 기쁨을 찾아낼 수 있는 것. 다시 웃을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 작고 약한 존재일 것 같은 이 아이들 마음 속엔 억지로 지어내지 않아도 되는, 희망의 샘이 솟고 있구나.

 

작가는 그걸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어왔다.

동화를 쓰는 사람이란 아이들의 이런 면을 읽을 줄 알고 볼줄 알아야 함을 다시 깨닫게 해준 책.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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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12-29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의 페이퍼만 읽어도
코등이 시큰해지는 느낌이 드는데, 음, 읽으면 저도 눈물날거 같아요.
갑자기 왜 코등이 시큰하지, 나는 무슨 생각을 해서 이렇게 감정이 먼저 알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나인 언니, 고운 일 담뿍 누리시는 새해 맞이하셔요.

hnine 2012-12-29 18:00   좋아요 0 | URL
어른용 소설보다 아이들 책에서 '힐링'되는 느낌을 더 받아요.
새해에는 더 많이 읽어보려고요.
저 책의 작가는 '영모가 사라졌다'라는 책이 제일 많이 알려졌을거예요. 저도 그 책만 읽었었는데 얼마전에 작가분을 직접 뵐 기회가 있어서 다른 작품도 읽어보자고 읽은 책이랍니다.
오늘은 기쁜날. 마치 우리가 스스로에게 걸어도 좋을 주문 같기도 하지요?
70일 여유 기간동안 잘 쉬고 놀고, 그러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