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생물 콘서트 - 사진으로 보는 생태다큐멘터리
한영식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우리 땅 생물 콘서트.

우리 땅에 자라고 있는 동식물에 대한 책인데 요즘 비슷한 제목의 책들이 한두권이 아니기에 별 생각 없이 몇장 들추다가 기대 이상인 것에 놀라 끝까지 다 읽게 되었다.

여럿이 함께 어울려 하나의 소리를 낼 수 있을때 '콘서트'라고 한다. 지구에 존재하는 많은 생명체들은 과연 함께 '어울려', 하나의 소리를 내며 살고 있는가?

동식물의 이름과 종류, 수라면 학교에서 동물분류학 시간과 식물분류학 시간에 배웠던 것에 비기랴. 하지만 이런 책을 읽으면 딱딱한 수업 시간에 주입받는 것과 다른, '느낌'이 있어서 좋다. '생명'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그것의 존귀함에 대해서, 나 뿐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그 종류를 막론하고 자기 생명을 유지해나가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그리고 어떡하면 더 안전하게 그 생명을 보존시킬까 조금씩 개선시켜 나가는데 소모된 '진화적' 시간들이라는 것.

이런 노력들이 인간의 이기적인 행위에 의해 물거품이 되어버린 결과를 보며, 삶에 대한 어떤 철학적인 지식이 갖춰져있지 않더라도 생명 그 자체로 참 소중한 것이라는 느낌을 전해받는 것이다. 이런 책의 가장 큰 의의는 그런 깨달음이 아닐까한다.

 

전체적으로 버릴 내용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특히 재미있는 내용이 있던 페이지를 다시 들춰본다.

 

문화재 도둑 흰개미, 그래서 등장한 흰개미 탐지견(58, 59쪽)

인도의 한 노인의 개인 금고에서 현금이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일어났다. 화재가 난적도 없고 자물쇠도 멀쩡한데, 보석은 남아 있고 현금만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알고 봤더니 범인은 금고 속에 우글거리고 있던 흰개미. 지폐는 단순한 종이가 아닌 면섬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섬유질을 좋아하는 흰개미가 바로 금고 털이범의 주범이었던 것이다. 식성 좋은 이 흰개미는 숨바꼭질하듯 목재에 꼭꼭 숨어다니기 때문에 찾아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사람보다 만배나 후각이 뛰어난 탐지견들을 이용하여 흰개미 추적에 나서는 일이 이루어졌고, 우리나라의 희개미탐지견은 예민한 후각으로 문화재 지키는 일등공신이 되어 2009년에는 문화재 지킴이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도토리는 도토리 나무의 열매인가? (66쪽)

도토리라는 열매가 있으니 이것은 도토리나무의 열매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세상에 도토리나무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다른 책에서 읽었다. 이 책에도 나오는데 도토리는 참나무 속에 속하는 수목의 열매를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참나무 속에 속하는 나무로는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굴참나무, 신갈나무 등이 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참나무라는 수목은 없는 셈이다. 밤이나 호두, 잣에 비해서 떫고 맛도 떨어지는 도토리를 다람쥐들이 그렇게 열심히 모아다놓는 이유는 맛있는 열매는 경쟁자가 많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그런데 인간이 도토리묵을 쑤어먹으면서 새로운 경쟁자로 나타나자 이 도토리를 숨기는 저장습관을 갖게 된 것 같다고 저자는 추측하는데 문제는 열심이 숨기긴 하지만 다람쥐들은 이 도토리 숨긴 곳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행이 하도 여기 저기 다 숨겨놓다보니 어디를 파도 열매가 나올때가 많기 때문에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다고 한다.

 

각종 산나물 축제는 바람직한가? (113쪽)

몸에 좋다면 가리지 않고 찾아 먹는 우리 인간들. 봄이 올라치면 향극한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산나물비빔밥 한 술 듬뿍 떠 클로즈업 시키며 '밥이 보약'이라고, 산나물로 만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듯이 보여주는 방송을 보며 사람들은 내 몸에 좋은 일을 하는 차원에서 산나물을 열심히 찾아 먹고 해마다 곳곳에서는 산나물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산나물 축제가 과연 산나물의 소중함과 의미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냐 하는 것이다. 단지 입맛 당기는 나물로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의 축제일 뿐 아닌지. 결국 이런 산나물 붐으로 인해 국립공원에서도 산나물 채취꾼은 경계대상 1호라고 한다. 나물의 순까지 모조리 다 채취해다 파는 통에 산림자원의 고갈과 환경파괴를 발생시키고 있다하니, 이것도 결국 인간의 행위에서 비롯된 안타까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어디 이런 예가 한둘일까마는.

 

반딧불이가 반딧불을 반짝거리는 이유는 (126쪽)

사람만 소통이 중요한게 아니다. 모든 살아있는 생물들이 생명을 유지해나가기 위해선 한 생물체의 세포들끼리, 또 각각의 생물체끼리 서로 소통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인간처럼 스마트폰같은 최첨단 소통 수단을 구비하고 다니면서도 소통의 문제를 안고 사는 모순덩어리도 있지만.

반닷불이가 루시페린이라는 성분의 반닷불을 내는 이유는 의사소통을 위해서인데 특히 사랑하는 짝을 찾기 위해서일때는 밤하늘을 누비며 자신만이 갖고 있는 불빛 리듬으로 사랑을 고백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반딧불이의 종류에 따라 불빛의 밝기도 다르고, 전달하려는 내용에 따라 깜빡거리는 방식도 다르다. 반딧불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현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곤충은 몇 종류나 될까? 이 세상에 가장 많은 종을 가지고 있는 것이 곤충인 것에 비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것은 달랑 4종이란다. 반딧불이, 장수하늘소, 비단벌레, 산굴뚝나비가 이들이다. 그런데 나도 새로이 알게 된 것은 천연기념물중에는 장수하늘소처럼 해충도 있다는 것이다. 서어나무,,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가은 오래된 수목에 살면서 나무를 갉아먹는 해충이지만 서식환경이 제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생물지리학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어 보호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닷불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유는 물론 아름다운 불빛으로 정서적 심미적 가치가 높이 평가되기 때문이다.

 

단군이래 최대의 매립공사 (213쪽)

여의도의 130배되는 면적의 바다를 19년 걸려 메꾸었다. 바로 새만금 간척공사이다. 여의도 130배 되는 면적의 바다에 살던 생물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갯벌1g에 약 10억 마리의 플랑크톤이 산다는데. 그만큼의 해양생태계는 붕괴되었다. 아니, 붕괴되었다가 아니라 붕괴시켰다 우리 인간이. 무슨 권한으로 그리했을까. 서해안은 세계 4대 철새도래지라는데. 이들이 찾아왔다가 길을 잃는다. 어디로 가야 하나 이들은.

 

돌발해충 꽃매미 (223쪽)

아이와 함께 도서관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내가 보고 있던 페이지가 바로 이 꽃매미가 사진으로 나와있는 곳이었단다. 도서관 올라가는 길에  웬 곤충을 보고 아이가 "어! 꽃매미다!" 하길래 네가 꽃매미를 어떻게 아냐고 했더니 방금 전에 엄마가 보는 책을 옆에서 보고 알았단다. 참, 금방도 활용하는구나. 물방울무늬 원피스를 입은 듯 불그스레한 몸에 까만 점이 콕콕 찍혀있다. 이름처럼 예쁘긴 한데. 조경수, 정우너수, 가로수 등 다양한 활엽수 수목의 수액을 빨아먹고 꽁무니에서 배출하는 감로 (honeydew)는 바이러스에 의한 2차적 피해인 그을음병까지 발생싴켜 주변 식물을 고사시키는, 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의 사막메뚜기 떼에 버금가는 돌발해충이 바로 이 꽃매미이다.

돌발해충. 원래 있던 서식지를 떠나면 그 곤충은 변화된 환경 조건에서 자기도 먹고 살기 위해 해충으로 돌변하는 수가 있다. 꽃매미도 바로 그런 예. 인간의 짧은 계산으로 한 생물종을 육성 혹은 억제하기 위해 단순히 그의 천적을 키우거나 없앤다고 해서 계획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통해 우리, 사람들도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한동안 쥐가 극성을 부려 쥐잡기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 결과, 우리 나라에서 쥐가 아니라 여우와 수리부엉이가 자취를 감추었다.

자연은 인간 위에 있다. 인간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것도 어느 한도 내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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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07-21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나무 갈래가 워낙 많아 '참나무'라 하고,
이들 참나무 열매가 워낙 비슷비슷해서 '도토리'라 하는데,
막상 도시에는 어떠한 참나무도 없으니
아이들은 참나무도 도토리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크며
어른이 돼요.

..

산에서 멧나물 뜯는다고 씨가 마르지는 않아요.
멧나물을 뜯거나 캐기 때문이 아니라,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산에 올라가
'땅을 밟아'서 단단하게 눌러서 다지니까
산에서 멧풀(멧나물)이 다시 자라기 힘들다고 해야 맞아요.

hnine 2012-07-21 08:55   좋아요 0 | URL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어른들도 도시에서 자랐으면 참나무, 도토리, 잘 몰라요. 저도 도토리가 참나무속 나무들의 열매를 말하는지 알게 된게 불과 몇년 전이거든요. 학교에서 식물분류학 시간에 배웠는데 그냥 건성으로 들었을지도 모르지요 ^^

산나물이라고 안하시고 멧나물이라고 하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