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를 으깨며 노리코 3부작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인터넷 서점에 매일 드나들다 보면 어떤 시기에 집중적으로 눈에 많이 띄는 책들이 있다. 출판사에서 집중 홍보를 하고 있거나, 집중적으로 리뷰가 올라오는 책들이다. 이 책도 그렇게 눈에 익었다. 제목도 표지도 한번 더 눈길을 끈다. 결국 도서관에 간 길에 집어들고 와서 읽게 된다.

첫페이지 첫문장이 '딸기를 으깨면서 나는 생각에 잠겨 있다.'이다.

한마디로 간추린 책의 내용은, 이혼 3년째 서른 다섯살 여자가 혼자된 날들을 누리는 이야기.

그동안의 결혼 생활을 '감옥'에 있던 시기, 그리고 이혼을 감옥에서의 '출감'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것으로 그녀의 결혼 생활이 어떠했는지 단적으로 나타내준다. 아내를 동반자라기 보다는 자기의 소유물로 여기고 자기의 결정과 지시에 따르기를 바랬던 남편, 그것이 자기를 그만큼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던 시기 (주로 이 상태에서 여자들은 결혼을 결정하게 되는 것 같다.), 결혼 후 일년이 되고 이년이 되가면서 그것이 사랑받고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제약이고 구속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까지는 많은 여자들이 공유하는 부분인데 이 책의 주인공처럼 그 이유만으로 이혼까지 결심하는 것은 현실에선 그리 많지 않다. 남편과 이혼을 하고 주인공은 오래 참던 숨을 마음껏 쉬듯이 자유를 느낀다. 경제적으로 좀 더 불편해졌지만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자유롭게 자고 먹고 입고 여행하고 친구를 만나고 는 생활이 너무나 좋다.

읽다보면 이 책이 소설인가 에세이인가 싶을 정도로, 소설적 요소보다는 수필적 느낌이 강하다. 두드러진 사건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이 작품의 특징을 꼽으라면, 주인공 여자가 누리는 자유에 대한 기쁨, 행복감 등이 단순이 행복하다, 자유롭다 등의 어휘를 떠나서 주인공의 행동을 통해 잘 묘사되어 있다는 것 정도라고 할까.

결혼 생활을 감옥살이라고 비유할때 감옥의 간수에 해당하는 전 남편과 다시 만나 관계가 새롭게 형성되어 가는 것으로 맺는 결말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새롭게 형성되는 관계란 결혼 생활 당시의 관계라기 보다 '우정'에 가까운 관계로 나온다. 외로움을 공유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를 제일 갈망하는 것이 여자들의 일반적인 심리라니까 어쩌면 여자들에게는 남편보다, 애인보다, 그런 감정을 공유할 수만 있다면 남녀를 떠나 '친구'가 더 필요한 존재인지도, 거기서 더 만족감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때문에 남녀 사이에 친구 관계가 유지되기 어려운 게 아닐까.

주인공 여자는 결혼생활을 끝내고서 자유를 만끽하지만 그 자유 역시 외로움이라는 댓가를 비껴갈 수 없었으며, 저자가 이 책의 말미에 주인공이 그렇게 믿고 롤 모델로 삼을 정도이던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을 끼워넣은 의도는, 인간이 맞닥뜨릴 수 있는 운명 앞에 인생을, 자유를, 사랑을 다시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하는 기회로서의 의미라고 생각된다.

역시 딸기를 으깨며로 끝나는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

 

일본 작가들을 잘 모르기에 작가 소개를 다시 본다. 이 책의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일까 생각했다가 깜짝 놀란다. 1928년생이라니. 그것도 연애 소설의 대가라고 한다.

읽고 나서 생각 거리, 혹은 여운을 남기지 않는다, 가볍다, 흔히 일본 소설을 그리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 그 이유로 삼는 것들을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느낀 채 책장을 덮는다.

리뷰 제목으로 삼은 '왜 당신은 그런 생활을 했을까'는, 본문 50쪽에 나오는'왜 난 그런 생활을 했을까'라는 문장을 바꿔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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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12-07-19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옥에서 나온다고 '자유'는 아니겠지요. 그저 '감옥을 나왔을' 뿐이고,
자유는 스스로 찾아야 하는데,
스스로 자유를 찾지 않으니
외롭다고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겠지요.

hnine 2012-07-20 12:05   좋아요 0 | URL
저는 그냥 인간은 태어날때부터 원래가 외로운 존재라고 생각하며 살아요. 그러니 외로움을 느낀다고 특별할게 없다...이렇게요. 외로움에서 벗어나려고 아둥바둥하는 자체가 더 외롭게 만들더라고요.
마음으로 지은 감옥도 감옥이지요. 저는 과연 얼마나 자유로운가, 댓글을 읽으며 곰곰히 생각합니다.
(오타가 많아 수정했습니다. 읽으셨을 분들께 부끄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