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를 살린 건
앞서 길 잃은 다른 낙타의 발자국

방향 없는 세월에 같이 헤매자는 연대감이었다

별도 뜨지 않는 세월에 같이 헤맨다는 물적 증거였다

헤매며, 건너야 하는 것을 사막이라 하므로 낙타는
모래 속에 처박은 코를 꺼내 황혼 쪽으로 킁킁거린다 침을 탁탁 뱉아낸다

서늘한 얼굴로

영하 사십 도의 오밤중에 체중 실어 걷는다

깊은 족적을 남기려고

산발적인 일렬 종대의 낙타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자기 살과 피를 빨아먹으며

별 없는 하늘의 무게까지 실은 채 걷는다

걸을수록

그렇다

낙타를 두 번 죽인 건 같이 헤매자는 연대감이었다

 

너무 꼬이고 허무주의 일색이라서

나도 외면하고 싶던 중이었다.

포기, 파기 (破棄), 음습함, 어두움,

그러나 여전히 꿈틀거리는 욕망은 살아있는.

완전히 포기하고 내어주는 달관의 경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머리로 몸을 대신하려는 퇴행으로 해석되려 한다.

 

그런데 끝내 내치지 못하겠는 시들, 일색이다 이 시집.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anicare 2011-12-30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농도의 시집이었죠.
다시 이렇게 읽어보니
명궁의 화살처럼 심장에 팍팍 꽂히네요.

hnine 2011-12-30 16:44   좋아요 0 | URL
고농도 ^^ 거의 결정이 생기려고 해요.
위의 시에서 '같이 헤매자는 연대감'을 원망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나마 고마와 하는 것을까, 한두번 읽어서는 잘 파악이 안되더라고요.
싯구가 화살이 되어 심장에 팍 꽂히는 기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