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달이 만나는 곳 - 2010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봄나무 문학선
그레이스 린 지음, 최순희 옮김 / 봄나무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2010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이다. 저자 그레이스 린은 중국계 미국인으로서 어린이책 작가이자 삽화가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어릴 때는 자기가 동양인이라는 것이 무척 부끄러웠으나 커가면서 차츰 중국의 문화와 전통을 재발견하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을 재발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미 알고 있던 중국의 이야기가 아닌, 자기가 상상하고 바라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고 그것이 이 책이 나오게 된 동기라고. 저자의 홈페이지 (www.gracelin.com) 에서 보니 밝은 표정의 수수하고 앳된 얼굴이다. 이야기는 우리 옛이야기에서도 친숙한 가난한 집에 사는 엄마, 아빠, 아이로 시작한다. 하늘을 치솟는 검은 산, 무실산 기슭 척박한 땅에 한 마을이 있고 그곳에 사는 열두 살 여자 아이 민이는 착한 심성에 모험심도 있는 캐릭터. 온 가족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일하지만 가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품게 되고 그 대답을 얻기 위해 혼자 길을 떠난다. 떠난 길에서 우연히 날지 못하는 용을 만나게 되는데 그 용 또한 왜 자기는 다른 용처럼 날 수 없나 하는 질문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민이는 질문의 답을 찾으러 가는 길에 그 용과 동행을 하게 된다.
저자가 조사한 기존의 중국 설화와 작가의 창작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제일 감탄한 점이다. 그녀가 직접 그린 표지화와 삽화의 섬세함처럼 이야기도 어찌나 자연스럽고 섬세하게 얽혀 있는지,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날실, 씨실이 정교하게 짜여 있는 고운 옷감을 만지고 있는 느낌이랄까, 빈틈없이 맞춰져 있는 퍼즐을 대하는 느낌이 들었다.
삽입된 설화 중 하나인 ‘우강 이야기’(245쪽)에서, 스승으로부터 계속 더 나은 것을 배우고 싶어 하는 우강에게 스승은 최종적으로 어떤 가르침을 주는가?
“내가 자네에게 가르쳐 줄 단 두 가지는 만족끈기뿐이라네.”
경탄해 마지않을 온갖 경이로운 가르침 뒤에 가장 끝까지 배워야 할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은 바로 만족과 끈기였던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이야기 위에 은근히 교훈적인 의미까지 실어 담고 있다. 또한 앞에서 등장했던 여러 설정들이 이야기의 후반부에 가서 다시 등장하여 전체적인 구성 속에서 연결되고 있다는 점도 읽으며 감탄한 것 중 하나이다. 신화와 설화를 바탕으로 하기에 중간 중간 등장하는 인물도 많고 상황도 많은데 그것들이 뒤에 가서 다 퍼즐처럼 맞아 떨어지게 하는 작가의 재주, 그 치밀함이란!
드디어 그 먼 길을 찾아 헤맨 끝에 달의 노인을 만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는 찰나 민이가 듣는 말은, 오직 한 개의 질문만 하라는 것이다. 용을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용의 질문에 대한 답도 들어오기로 약속했던 민이는 너무 놀라 어찌할 줄을 모른다. 그리고서 민이가 내린 판단은? 달의 노인을 만나는 순간 독자들은 이제 실마리가 다 풀리면서 해피엔딩으로 이야기가 끝나겠구나 안심할 때 마지막까지 긴장과 갈등으로 끌고 나가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민이가 내린 결정과 그렇게 결정을 내린 이유가 참으로 의미 있고 교훈적이다. 달의 노인이 가지고 있던 운명의 책 중 잃어버린 페이지에 쓰여 있던 한 단어로 계속 되어 있다던 글귀는 다름 아닌 ‘감사’ 이었다는 것도 새겨둘만 하다. 감사하지 않는 사람에게 행복도, 지혜도, 만족도, 깨우침도 없는 법이니까.
장대한 시공간을 뛰어넘는 환타지임에도 따라 읽어 가는데 무리가 없이 술술 읽혀나갈 수 있었 던 것은 그 만큼의 작가의 노력이 숨어있지 않을까? 먼 길을 떠났다가 돌아오면서 부쩍 성장한 주인공. 환타지로서 부족함이 없는 결말이었다.이 책은 글도 글이지만 표지부터 책 속의 삽화까지 그림이 무척 동양적이고 섬세하며 아름답다. 이 작품에 대해 감탄한 점으로 마지막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양물감 2011-10-13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겨둘 단어들이네요.

hnine 2011-10-13 19:39   좋아요 0 | URL
만족, 끈기, 감사...그렇지요?
제가 안 적었지만 '집착은 일을 망치게 한다'라는 말도 나와요.

2011-10-15 0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0-15 2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