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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에르, 웃다 - 제6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푸른도서관 29
문부일 외 지음 / 푸른책들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2008년 제6회 푸른문학상 수상작과 역대 수상작가 초대작 모음집이다.
국내에 청소년소설 공모를 하는 곳은 꽤 있지만 대부분 책 한권 분량의 장편인 경우인데 반해 푸른책들에서는 단편도 대상으로 해오고 있다. 이 책에는 단편 청소년 소설로서는 푸른문학상의 첫 수상작인 문부일 작가의 <살리에르, 웃다>와 그의 신작 <6시 59분>, 그리고 역대 수상작가인 강미, 백은영, 정은숙 작가의 초대작 세편이 실려 있다.
<살리에르, 웃다> - 문 부일
다음의 '6시 59분'도 그렇고 문부일 작가는 일단 제목을 참 잘 짓는 것 같다.
문학 공모전에 도전하지만 열의에 비해 계속 낙방을 하는 남자 고등학생이 주인공. 결국 응모고 글쓰기고 다 포기하기로 하고 마지막으로 그 결의를 담아 올린 글이 수상을 하게 된다.
소재도 참신하고,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도 있고, 의미도 담고 있는, 수상 자격이 있는 글이라고 생각된다.
<6시 59분> - 문 부일
중학생 신분에 혼자 제주도 여행을 꿈꾸는 주인공. 요즘의 청소년들이 예전에 비해 더 의존적이 되어가고 있다고도 하지만 여기의 주인공은 보란듯이 자기의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아들의 비밀스런 계획이 엄마의 걱정으로 수포로 돌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 아버지는 묵인해줌으로써 아들의 성장을 지지한다. 산뜻하고 희망적인 결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모래에 묻히는 개> - 강 미
현재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이 작가는 예전에 '길 위의 책'이라는 장편 소설로 알게 되었다. 이후작 '겨울, 블로그'도 그렇고 흥미진진한 내용 보다는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무난하고 잔잔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 단편은 앞의 두 작품보다 더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장남, 장손이라는 위치에 있어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주인공이 교내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는데 현관 벽에 걸린 그림으로 시작해서 역시 그 그림으로 이야기를 맺으며 거기에 이야기 전체의 의미를 싣는 방법이 돋보인다. '물살을 거스르는 개'라는 그림의 다른 제목이 '모래에 묻히는 개'였다는 것과 주인공의 심리, 그리고 이모의 결혼 등이 아귀가 잘 맞게 처리가 되어 있다.
<짱이 미쳤다> - 백 은영
남자 고등학생들의 세계는 나에게 거의 미지의 세계이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쓰기 위해 특별히 취재를 다녔을까? 남자 중학교의 패거리 짱과 관련된 이야기라고 하면 언뜻 짐작되는 내용이 있을텐데 읽어보면 그것이 전부가 아닌, 작가만의 목소리가 분명히 전해져 오는 작품이다. 그러면서 은근히 교훈적인 효과도 있다. 너무 드러나지 않는 이런 교훈적 메시지는 작품의 진가를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열 여덟 살, 그 겨울> - 정 은숙
최근의 정 은숙 작가의 신작을 보관함에 담아 놓고 못 읽고 있어 아쉬운 차에 이 책에 작가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것을 보고 어찌나 반갑던지.
열 여덟 살. 어린 나이가 아니면서도 어딘가 아직 꽉 차려면 좀 모자란 듯 해보이는 나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열 여덟 청춘들은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포기하거나 어른들의 손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또는 자기들끼리 서로 도와 가며 해결해보려 한다. 그 모습이 이 땅의 모든 열 여덟의 모습이었면 참 좋겠다.
얘들아, 기다려라. 내가 간다.
겨울 칼바람에 땀나도록 죽어라 달려갔다.
라는 마지막 문장도 어찌나 힘차고 든든한지.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모두 독자를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 정 은숙 작가의 <열 여덟 살, 그 겨울>은 2011년에 출간된 <정 범기 추락 사건>책에도 '좀도둑과 목격자'라는 제목으로 수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