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과 함께하는 송알송알 동시논술

오늘 출판사 초록우체통 소인이 찍힌 소포를 받았다. 하늘바람님께서 엮으신 책 <윤동주 시인과 함께 하는 동시 논술> 책이 온 것이다. 

 

 

 

 

 

 

 

 

윤 동 주.
중학교 1학년 국어 시간. 선생님으로부터 처음 그 이름을 들었고, 이어 '서시'를 읊어주시는 것을 들으며 그야말로 한눈에가 아니라 한귀에 반했다고 해야하나. 그 나이 때가 원래 별 일도 아닌  것을 계기로 느닷없이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마음에 담고 좋아하게 되는 때라고는 하지만 아무튼 그날부터 나는 윤 동주의 시를 찾아 읽고 마침 집에 있던 윤 동주의 평전도 읽어치우고는 젊은 나이에 옥사한 탓에 더 읽을 작품이 남아있지 않음을 아쉬워 했었다. 대학에 들어간 후엔 그의 시비가 있는 남의 학교까지 찾아가보았던 것을 생각하니 지금은 웃음이 나온다. 
그가 아이들을 염두에 두고 쓴 시들이 한권 속에 모였다. 아이들 마음 속엔 어떻게 파고 들어갈까 궁금하다. 책을 보더니 내 아이가 먼저 후다닥 읽는다. 처음은 그렇게 후다닥 읽더라도 꼭 또 한번 들춰보게 되었으면 좋겠다.

자연, 동물, 아기 등이 주로 등장하는 그의 동시들은 운율을 띠고 있어 소리내어 읽기 좋다. 

아래 발치에서 코올코올/부뚜막에서 가릉가릉/나뭇가지에 소올소올/하늘 한가운데서 째앵째앵 ('봄' 중에서)

 요즘 시들에서 보기 힘든 리듬이 느껴지니 반갑고 재미있다. 원래 있던 주어를, 여기에 인용해오면서 생략했음에도 누가 주체인지 알 것 같다. (애기가) 코올코올, (고양이가) 가릉가릉, (바람이) 소올소올, (햇님이) 째앵째앵. 

눈을 보고 길이랑 밭이 추워할까봐 덮어주는 이불이라고 했고 ('눈'), 바람이 불어 나무가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분다고 했다 ('나무'). 

자연을 주제로 한 시들이 몇 편 묶어 나온 뒤엔 그 시에 나온 예쁜 우리말을 소개하고 (예. 우리가 흔히 여우비라고 하는 '햇비') 비슷한 소재의 다른 시를 소개하여 비교해보게 했다. 눈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지 무작위로 한번 써보라고 했다. 아이들로 하여금 시 쓰는 과정을 조용히 유도해보자는 시도로 생각된다.  

'만돌이'나 '거짓부리' 같은 시에서는 시인의 장난기가 느껴지며 웃음이 나온다. '참새'는 어딘가 초보 시인의 식상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귀뚜라미와 나와'에서는 자연이나 동물을 나와 동일시하고 서로 비밀까지 만드는 관계로 설정하는 시인의 마음이 전해온다. 42쪽 예문에서는 태은이도 나오고, 그 뒤에는 하늘바람님의 자작시 '엄마와 우산' 그리고 '겨울'이란 시도 나온다 ^^
아이가 어릴 때 자주 읽어주던 '호주머니'란 시를 다시 보니 반갑다. '주먹 두개 갑북갑북'이란 표현이 재미있어 그 부분만 더 과장해서 읽어주곤 했는데. 

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시 '새로운 길'과 '소년'은 중학교때 나만의 노트에 적어 놓고 읽고 또 읽고, 새로운 친구가 생길 때마다 편지에 적어보내기도 하던 시였는데.  

오랜만에 만나본 윤 동주. 예전에 읽은 기억이 나는 시들이 많아서 반갑고, 책의 기획 의도가 새롭다. 귀엽고 예쁜 현대적 일러스트보다는 나 어릴 때 교과서 삽화를 연상시키는 소박한 그림들도 정이 가는, 정성 가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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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14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5 1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5 0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15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1-07-15 17:05   좋아요 0 | URL
원문에 '햇님'이라고 나왔기에 인용하는 입장이라서 그대로 옮겼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