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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톡톡톡 - 우리들의 솔직 담백 유쾌한 이야기
유현승 엮음 / 뜨인돌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의 톡톡톡은 말하다라는 뜻의 영어 talk에서 가져왔지만 톡톡 튀는 세대, 아니 톡톡 튀고 싶은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 책을 기획하고 엮은 유현승 님은 서울의 한 여자 중학교 국어 선생님. 참여한 학생들은 그 학교의 2학년 학생들이다. 저자와 함께 독서 나눈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어떤 주제가 주어지면 그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쓰고 말하며 생각의 폭을 넓히고 소통하는 기술을 배워간다. 아마 선생님은 아이들로 하여금 독서 치료의 효과가 있을만한 주제를 고심해서 정했으리라. 아이들이 풀어내지 못한 상처, 자랑하고 싶거나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나누고 싶은 고민이나 걱정 등을 읽고 쓰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털어놓게 하고 싶었다는 이 선생님은 처음에는 신청자를 받아 방과 후에 진행하다가, 2년 후부터는 국어 수업 시간에도 진행을 하였고 나중엔 학년 전체가 참여하는 수업으로 확대해나갔다고 한다.
하고 싶은 것이 많고 기대하는 것, 자아 의식도 강한 것에 비해 우리가 미성년이라고 부르는, 아직은 자기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제약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억눌리고 우울한 내용의 글들이 많지 않을까 예상했었는데 그렇게 미리 생각을 하고 읽어서일까, 글 속에 나타나 있는 이들의 모습은 생각보다 꿋꿋하고 싱그러웠다. 물론 그렇지 않은 글도 있었지만 대체로 그들은 되고 싶은 것이 있고 먹고 싶고 만나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이 있는, 즉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한 보따리씩은 가슴에 지니고 있고 그것을 이룰 미래가 있는 이들이었다.
글쓰기의 주제로 주어진 것을은 나의 도전, 친구, 부모 등과의 갈등, 기쁘고 슬프고 후회되는 일, 나의 실수, 서로 나눔을 주고 받은 기억, 사랑에 대한 나의 생각 등이 나와 있다.
자기의 생일을 잊고 지나간 아빠에 대해 무척 실망을 했지만 결국은 '쿨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빠께서 바빠서 그랬을 거라고' 이해하려는 마음, 부모님이 서로 의견이 안 맞아 부부 싸움을 할때 정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생긴다는 글을 읽기 전. 부모의 싸움에 물론 마음이 좋을리야 없지만 그것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라는 것은 알지 못했다. 성적이 떨어져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싹 다 잊어버리고 다시 행복해지는 것 같다는 귀여운 글도 있다. 가족들이든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이든 온통 성적에 관심이 집중되는 때에 공부보다도 건강을 꼭 챙기라는 외할머니의 말씀이 제일 격려가 되고 힘이 되었다는 글, 시(詩)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것을 읽는 재미가 얼마나 큰 것인지 쓴 글도 있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시를 통해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고 싶다는 이 학생, 나중에 시인의 꿈을 꼭 이루었으면 좋겠다. 미술을 전공하는 한 학생은 실기 시험을 앞두고 그려야 하는 방식을 연습하고 외워서 모든 사ㅏㄻ들이 똑같은 규격품처럼 그리기를 강요받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고도 했다. 우리의 교육은 똑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게 하고 똑같은 것을 쓰라고 한다고. 열네살 학생이 벌써 이것을 고민하기 시작하는 우리의 현실. '사랑이란 택시다. 왜냐하면 이별할 때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라고 쓴 학생의 짧은 한 줄의 글이 제법이다.
고등학생이 되면 또 달라지겠지만 이 책에서 보이는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대체로 건강해보인다. 모두 밝다는 것이 아니라 어둡고 우울하더라도 어느 한계를 넘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이 딱 그 정도이기를. 이제 열 네 살이 된 그들이 너무 어둡고 너무 우울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창 좋은 때라고 말들 하지만 나 개인적으로는 누가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냐고 한다면 굳이 그러고 싶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예전이라 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 세상은 너무 단조로왔고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없었다. 나의 꿈은 검열되어야 했고, 때로 그 검열에 통과할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나도 모르게 자체 검열을 하고 있기도 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 아니더라도 글쓰기를 통해서 자기의 내면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책들이 말해주고 있다. 글은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다. 이것을 습관화 하고 이용할 수 있다면 살아가면서 힘에 겨운 산을 넘을 때마다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