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TV를 켜서 채널을 몇번을 이리 저리 돌려도 별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없을 때가 많은데 오늘 같은 날도 있다. 오전 11시쯤, 무려 세개의 프로그램을 두고 무엇을 볼까 망설이고 있었다.
1.EBS에서 생방송 부모 인가 (제목 확실히 모름) 하는 프로그램. 요일에 따라 여러 카운슬러가 출연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똑부러진 상담을 잘 해주는 오 은영 정신과 의사가 나와있다. 이거 봐야겠다 하면서 다른 채널을 잠깐 돌려보니.
2. KBS 2 TV에서 이 대낮에 즐거운 책읽기 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새로 편성된 프로그램인가본데 얼마전에 읽은 정 유정의 <7년의 밤>을 가지고 토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귀가 쫑긋하다. 나의 느낌과 비슷한 의견도 나오고 미처 생각 못했던 의견도 나온다. 청소기 끄고 잠시 얼음짱이 되어 시청.
3. KBS 2TV에서는 TV 특강 을 하고 있다. 어느 주제에 대해 그 분야의 전문가라 할 사람이 나와서 일주일 내내 한 분야,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강의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적어도 수박 겉핥기 식은 아닌, 들을만한 교양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그런데 오늘 보니 낯익은 얼굴이 강사로 나와있다. '과학은 논쟁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그는 장 대익 교수. 이제 40대 초반 되었을까? 우리 나라에서는 과히 특이하다고 할만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지금은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로 있지만 그 이전 동덕여대 교수로 있을 시절 펴낸 책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를 읽으면서 이 사람 주목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게 했던 사람이다. 이번 주 TV특강에서 그가 진화에 대해 강의를 한다.
진화라고 하면 생물학 중에서도 실험 생물학이 아닌 이론 생물학. 그리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는 분야가 아니다. 이유는 첫째, 별로 돈이 안되고, 인기도 없고, 눈에 띨만한 결과물이 나오는 분야도 아니기 때문이다.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관도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 사람은 진화를 전혀 지루하지 않게 대중에게 설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그 분야에 대해 제대로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과학과 철학, 역사를 넘나들며 그것을 자기 이야기 속에 간신히 인용하는 정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결국 내가 선택한 채널은 3번. 지난 회분과 내일 방영 분은 다시 보기로 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