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오후 2시 - 낯선 곳에서 시작한 두 번째 삶 이야기
김미경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김 선주의 <이별에도 예의가 있다>를 읽고난 소감이 괜찮았던지라 그녀가 교장으로 있는 sunjooschool.com에 고정적으로 글을 올리고 있는  김 미경의 단행본이 나왔다고 할 때 조금은 기대를 했다. 그녀 역시 짧지 않는 세월 한국에서 언론계에 몸을 담았던 사람인데 모든 타이틀을 내려놓고 2005년에 미국 뉴욕으로 삶의 터전을 옮긴 후 열 여섯 된 딸을 혼자 키우며 살고 있다. 아마 책 표지의 '두 번째 삶 이야기'라는 말은 그녀의 이런 이력을 뜻하는 것 같다. 뉴욕의 브루클린이란 낯선 땅에 사는, 올 해 나이 쉰의 그녀의 인생은 하루로 친다면 오후 2시쯤 되지 않을까 해서 붙친 제목이란다. 내가 나고 자란 땅이 아닌 곳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며 그 동안의 자기 생활 방식을 다시 돌아보는 이야기 ('나 지금 뉴욕에서 철학한다'), 사춘기 딸과 친구처럼 지내는 이야기 ('나 지금 뉴욕에서 엄마한다'), 뉴욕 생활 즐기기 ('나 지금 뉴욕에서 논다'), 그리고 영어 이야기 약간 ('나 지금 뉴욕에서 영어한다'), 이 책은 이렇게 구성이 되어 있다.
사진이 군데 군데 들어가있고 저자의 글발이 있어서 읽기는 금방 읽힌다. 하지만 그 글발이 김 선주의 그 글발과는 다르다. 읽으면서 느낌도 많이 다르다. 무엇이 다를까, 왜 김 선주의 책을 읽으면서의 공감이 이 책에서는 별로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던터라 어쩔 수 없이 여기에 털어놓지 않을 수  없겠다. 김 선주의 책은 글에 충실하다. 사진이 약간 첨부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글을 넘어서지 않는다. 한 꼭지마다 해야할 말들을 넘치지 않게, 분명하게 하고 있다. 빈 지면이 별로 눈에 뜨이지 않는다. 그에 비해 이 책은 사진이 비교적 많다. 그것도 모두 칼라 사진들. 빈 지면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페이지는 빨리 넘어가지만 그만큼 마음 속에 채워지는 것이 많지는 않다. 김 선주의 문체에 비해 이 책 저자의 문체에서는 과장이 느껴진다. 쓰다보면 자기의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자기도 모르게 과장된 표현을 쓰는 수가 있겠지만 그게 지나치면 금방 표가 나며 글의 격이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과장된 표현이 눈에 많이 띄었고 생각의 비약이 있었다. 또 하나, 글의 소재가 다르다. 김 선주의 책은 사회 현상, 정치 현실, 변해가는 세태 등을 소재로 삼은 반면 이 책은 그저 일상이 주 소재이다보니 뉴욕이란 곳에서 몇 년 살다보면 이 정도는 쉽게 나올 수 있는 소재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감히 드는, 가벼운 이야기들이 많다. 뉴요커들의 일상, 갤러리 순례라는 새로운 취미, 뉴욕의 크리스마스, 고등학교 올라가는 딸과 친구처럼 나누는 키스와 섹스 얘기, 뒤늦게 대학에서 예술 비즈니스 코스 과정에 들어가게 된 얘기, 이 모든 이야기들이 그저 단순한 에피소드 식으로 지극히 가볍게 '이야기'하고 휙 지나간다.
책의 뒤표지에는 만화가 박재동과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의 추천사가 올라있다. 그들이 칭찬하는 만큼 매혹적인 글이라는 인상을 받지 못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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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12-28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도 보셨군요, 이책.
그러게 말이죠...인터넷에서 볼 때랑 종이책으로 볼 때랑 느낌이 이렇게 틀려지기도 하더군요.
특히, 글의 중량감에 있어서 말이지요~^^

hnine 2010-12-28 09:43   좋아요 0 | URL
글쓰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글은 기교만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저렇게 책으로 낼때에는 특별히 사람들을 향해 자기의 목소리로 하고 싶은 말, 뚜렷한 의견이 있어야 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