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드른 멥스 글 <할아버지는 내 친구>
언젠가 신문 광고를 보고 쥬디스 윌슨의<엄마 돌보기>와 함께 내가 아이에게 사주었던 책이다. 아이만 읽고 나는 못읽어봤길래 어제 아이에게 두 권 중 어떤 것 부터 읽어볼까 물었더니 이 책부터 읽어보란다.
친할아버지도 아니고 연금을 받으며 혼자 살아가는 이웃집 할아버지와 천진난만 소녀 수지의 이야기이다. 할아버지와 꼬마는 왜 서로 끌리는 것일까. 사람이 나이가 들면 다시 아이로 돌아간다는 말이 이야기 속에서도 확인이 되는 것 같아 정말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른으로 성장해가면서 한꺼풀씩 뒤집어 써온 가식과 허영을 다시 하나 하나 벗어 던지게 되는 시기일까? 노년의 시기란 말이다. 할아버지는 아이 앞에서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체면을 앞세우지 않고, 어떤 대우를 바라지 않는다. 실제로 이 책에서 아이와 할아버지는 누가 누구인지 거의 구분이 안가게 묘사되어 있다. 아이가 할아버지 같고 할아버지가 아이 같은.
구드른 멥스는 독일에서 태어난 연극 배우 출신의 작가로서 수상 경력도 화려한데, 이 책에서 그는 교훈을 앞세우려 하지 않고 아이들이 읽으며 웃음을 터뜨릴 수 있도록 재미있게 썼다. 그에게는 그것이 더 우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읽는 아이들도 아마 그 편을 더 좋아할 것이다.

임 정진 글 <일자무식 멍멍이>
가끔 임 정진 작가의 홈페이지에 놀러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운좋게 작가의 최근작인 이 책의 사인본을 받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은 흔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 대상이 아이들이 아니라 개이다. 우울증이 있는 개라는 것도 특이하지만 이 개를 위해 도서관에서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있다는 것도 독특하다. 미국의 한 도서관에서 실제로 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이 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는데 나보다 먼저 이 책을 읽은 아이는 그런 도서관이 어디 있느냐면서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이다. 평소에 읽기에 자신이 없는 아이 영후가 개에게 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게 되는데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 개는 열심히 듣고 영후는 점차 책 읽기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간다.
독특한 발상인데 비하여 이야기 자체는 평이하게 흘러간다는 점, 제목이 내용에서 조금 비껴가지 않았나 하는 점 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