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쓰기 - 전방위 문화기획자를 위한
장상용 지음 / 해냄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이제 보니 책의 제목도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스토리텔링 쓰기' 라니. 그냥 '스토리 쓰기'라고 하면 안되었을까? 아니면 그냥 우리 말로 '이야기 지어내기' 라고 하면 덜 전문적으로 들리는지.'스토리텔링에 대해서 쓰기' 뭐 이런 의도로 붙인 제목인 것 같다. 사실 스토리텔링은 어떻게 보면 직업과 상관없이, 우리 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인데 말이다. 초등학교 때 우리반 친구 중에 정말 이야기를 잘 지어내는 아이가 있었다. 보통 여자 아이들이 인형을 가지고 놀때 이 옷 입혔다 저 옷 입혔다 하면서 예쁘게 꾸며보는 놀이에 치중할 때 그 아이는 인형을 가지고 바로 그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그 아이에게는 인형이 놀이의 목적이 아니라, 그 인형을 가지고 자기 맘대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이 놀이였던 것이다. 인형이 없으면 필통에서 연필을 꺼내어 그것을 세워 움직여가며 말을 붙이고 동작을 지어내가는 그 아이의 주변엔 쉬는 시간마다 늘 다른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었으니까.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모든 엄마들이 거의 매일 밤 부딪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아이를 재우면서 '옛날 이야기'를 해주어야 하는 경우,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들도 바닥이 나면 즉석/벱 창작을 해야하니까. 그런데 생각만큼 그렇게 이야기가 술술 나오지 않는다. 내 맘대로 이야기를 꾸며내면 된다고 하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며칠 전에 '베이비 스토리텔링'이라는 책을 읽은 데에 이어 또다른 스토리텔링에 관한 책으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일간지 기자, 문화 컨텐츠 분야 전문 기자를 거쳐  만화 스토리 작가로 데뷰를 한 후 현재까지 다양한 만화 작품을 기획, 창작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는 만화의 예가 많이 나온다. 표지의 제목 위에는 '소설에서 드라마, 만화에서 영화까지'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데 물론 출판사에서 붙인 설명이라고 짐작이 되긴 하지만 읽고 나니 소설, 드라마, 만화, 영화라는 창작물이 모두 스토리텔링이 공통으로 들어가는 결과물이긴 하지만 결코 관점은 다 같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은 드라마나 만화 스토리, 더 범위를 좁혀서 말하자면 만화 구성 작가들에게 더 필요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다고 여겨진다. 소설에서도 독자의 재미를 불러일으켜야 하긴 하지만 만화나 드라마, 영화에서보다는 인생의 의미를 파헤쳐가보는 작가의 의도에 좀 더 무게가 실어진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이른바 '성공하는 스토리텔링의 법칙'이라고 한 열 다섯 가지를 들어보자.
1. 작품의 수준은 쓰기 전에 결정된다. 취재에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투자하라.
2. 상처받은 영혼을 주목하라.
3. 절묘한 용병술로 캐릭터를 움직여라.
4. 디테일이 살아야 작품이 산다.
5. 의심스러운 화자로 극적 긴장을 높인다.
6.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불러들인다.
7. 미디어의 조건에 따라 스토리를 조정한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스토리, 게임 스토리) 
8. 긴장과 이완의 반복이, 계속되는 긴장보다 강하다.
9. 라이벌을 바퀴벌레 혹인 친구로 만들어라.
10. 음악이 주는 시너지 효과를 노려라.
11. 심리 표현으로 독자와 관객을 사로 잡는다.
12. 정보 전달은 드러내놓고 하지 말고 여우처럼 교묘하게, 사자처럼 강하게
13. 폭발력 있는 결정적 한 컷이 필요하다.
14. 로맨스를 넣을 때와 뺄 때를 판단하라. (한국 사람처럼 로맨스에 빠져드는 국민이 없다고 한다.)
15. 훌륭한 마무리는 새로운 담화의 완성이다.

이 열 다섯 가지 사항을 기본으로 책이 만들어졌고, 만화나 드라마, 영화, 뮤지컬에서 좋거나 그렇지 않은 사례들이 함께 실려 있다. 그래서 책은 술술 읽힌다. 그리고 그만큼 가볍다. 그것을 알고 읽기 시작했더라면 그리 나쁘지 않을 내용인데 뭔가 더 진지한 내용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먼저 읽은 '베이비 스토리 텔링' 책이 내 경우에는 훨씬 좋았는데 스토리에 어떤 의미를 실을 것인가, 어떤 의미로 듣는 이에게 전달될 것인가, 우리는 어떤 식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가 등, 창의력과 연관지어 설명이 되어 있는 점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나오는 '요령', '전략', 이런 말들에 별 거부감이 없을 사람에게라면 권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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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9-16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다섯 가지 원칙 멋지네요

hnine 2010-09-16 23:19   좋아요 0 | URL
다 일리가 있는 원칙들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