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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니치 코드
엔리케 호벤 지음, 유혜경 옮김 / 해냄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사람들에게 베스트셀러로 많이 알려져 영화로까지 제작된 소설 '다빈치코드'를 연상시키는 제목의 이 책은 소감부터 미리 말하자면 나로서는 참으로 힘들게 힘들게 읽혀진 책이었다. 그것도 568쪽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이다보니 거의 한 달을 잡고 있었나보다.
우선, 저자의 직업이 천체물리학자이다. 물리학자라고만 해도 엉뚱하다 여겨질 만큼 창의적이고 번뜩이는 면모를 보인다는, 나만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데, 거기다가 천체물리학자라니. 보통 사람들의 사고 방식, 보통 사람의 사고의 범위를 넘어설 것이라는 것을 짐작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내가 이 책을 쉽게 읽을 수 없었던 이유 같지는 않다.
이 책은 픽션을 바탕으로 소설처럼 꾸며졌고 그러느라 저자의 수고가 적지 않았으리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끝까지 어떤 흥미진진함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고 솔직히 말할 수 밖에 없겠다.
알 수 없는 그림과 기호가 잔뜩 들어있는 500년된 그림책인 '보이니치 필사본'이 있다. 그리고 유명한 천문학자인 케플러의 튀코 암살설. 이 두 사건을 서로 관련지으려는 작가의 구성 의도 자체가 작위적인 느낌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별로 와닿지를 않았다. 또한 책의 내용만 논픽션적인 것이 아니라 문체 또한 논픽션적이랄까. 문학적인 묘사라던가 비유, 표현, 상징, 이런 것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겠고, 여기에는 번역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127쪽 구절 중의 'bee 읽고 쓰기' 가 무엇인가 갸우뚱했는데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보니 미국의 중고등학교에서의 읽고 쓰기 대회 얘기가 나온다. 아마도 원문의 'spelling bee'를 'bee 읽고 쓰기'라고 번역해놓은 것 같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예수회 사제인 스페인 출신의 엑토르, 그리고 여기에 합세하는 영국인 존과 멕시코 여자 후아나. 이렇게 서로 다른 나라 출신들이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상으로 함께 협의하여 보이니치 필사본의 의미를 해석을 위해 노력하는데, 이렇게 서로 다른 나라 출신들의 주인공들을 내세워야 할 이유가 뭐였는지. 문제 해결과 관련하여 이들 사이의 어떤 특별한 이해관계 혹은 애정관계가 발전하여 이야기의 흐름에 흥미있게 기여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거기에다가 연금술의 방법과 의미, 천문학 이야기, 그리고 진화론과 창조론을 보는 과학자 그리고 종교인으로서의 입장등, 저자는 이것 저것 정말 다양한 주제를 이 소설 속에 집어 넣고 있으나 그것의 역할과 당위성이 별로 있어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그것들이 전체 속에서 따로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문제이다.
얼마 전에 읽은 책 '세일럼의 마녀와 사라진 책'이 금방 비교되었다. 저자가 자신의 학위 논문을 위해 자료를 조사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을 근거로 하여 쓰여졌지만 여기에 작가의 상상력이 보태져 탄탄한 구성과 흥미를 갖춘 소설로 탄생한 예이다.
혹시 이 책 '보이니치 코드'도 재미있게 읽은 독자들이 분명히 있을 터이지만, 나로서는 끝까지 다 읽었다는 것으로 만족하고만, 아쉬움이 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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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2 21: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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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5-13 05: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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