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4
필리파 피어스 지음, 수잔 아인칙 그림,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저자는 1920년생인 필리퍼 피어스라는 영국 할머니. 나는 이 책이 이 분의 작품으로 처음 읽은 책이지만 영국 근대 판타지 문학의 대표작가로 손꼽히는 분이라고 한다. 글의 짜임새가 완벽하고 개성있는 인물을 등장시키는 것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다는 책 표지의 해설이 틀리지 않음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나라에는 초판이 1999년에 나왔지만 원래1958년에 쓰여져 이듬해인 1959년에는 카네기 상을 받기도 한 작품이다. 역시 판타지 동화답게, 홍역으 전염을 막기 위해 이모댁으로 내키지 않는 피신을 가있어야 하는 톰의 상황이 도입부에 등장하고, 식구라고는 이모와 이모부 두분 뿐인, 아무 재미 없는 이모집에서 톰은 너무너무 심심하고 지루하다. 이제 주인공이 스스로 자기만의 재미있는 세계를 만들어야할 차례이다. 이모네 집에서 유일하게 눈길을 끄는 것이라면 실제 시간과 무관하게 종을 쳐대는 오래된 괘종시계, 그리고 이모가 살고 있는 다세대주택의 주인이자 이층 맨 끝방에서 혼자 살고 있는 바솔로뮤 할머니이다.  원래 이모댁에는 정원이라고 이름 붙일수도 없는 보잘 것 없는 뒷뜰이 있을 뿐이지만, 시계가 열세 번 치는 소리를 들은 신기한 일을 경험한 톰은 그 소리에 이끌려 한밤 중에 집 밖으로 나가게 된다. 현관 뒷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펼쳐진 전혀 다른 세계, 바로 이 책의  제목이 된 '한밤중 톰의 정원' 인 것이다. 톰의 눈에만 보이는, 톰만이 드나들 수 있는 이 신기한 정원에서 그 날부터 톰은 지루하고 심심할 새 없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한밤중 정원에서 만난 몇몇 사람들 중 특히 '해티'라는 톰 또래의 소녀와 친하게 되는데, 바로 전에 읽은 '영모가 사라졌다'에서 그렇듯이 톰이 방문할 때마다 해티의 나이가 앞으로 당겨지기도 하고 뒤로 더해지기도 하는 일이 일어난다. 즉 시간을 초월한 방문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그래서 톰이 매일 밤 그 정원을 방문함에도 불구하고 해티는 톰에게 몇달만에 왔다고 하기도 하고, 몇 년 만에 왔다고 하기도 한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톰의 정원 여행이 워낙 다양하게 펼쳐지다보니 읽는 동안 내용의 흐름을 놓칠 뻔 하기도 했지만 여기는 판타지 세계, 상상을 통해 꿈꾸는 대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곳이다.
홍역의 위험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오자 톰은 걱정이다. 이 멋진 정원과 헤어지는 것, 그리고 해티와 헤어질 생각을 하니 차라리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 책의 백미는 바로 읽는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말에 있다. 그리고 그 결말의 내용이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 보면 처음부터 모두 복선으로 깔려 있었다는 것. 역시 명작은 명작인 이유가 있구나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50년이라는 세월의 탓일까? 이야기 중 성경책의 의미가 갑자기 부각되는 것, 성경의 내용중 특히 이 세상의 종말을 내용으로 담은 요한계시록 일부가 인용된 것은 지금 읽기에 약간 거북하기도 했다. 또, 위에도 밝혔듯이 한밤 중 정원을 통해 방문하는 세계, 그리고 그곳에서 방문하는 곳들, 하는 놀이들이 좀 장황하다 싶어, 그나마 그 점이 아쉬운 점이라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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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 2010-04-15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작가를 발굴하기 보다는 외국 유명서적 번역책을 주로 내서
시공주니어책을 안좋아했었음에도,
우리 집에 거기 책이 많더라구.

hnine 2010-04-15 21:48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창비에서도 나와 ^^
요즘은 시공사에서도 공모전을 하긴 하던데 말야.

lazydevil 2010-04-20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지금 생각해도 멋진 제목이에요.
근데 종이 울리면 문밖으로 나갔군요. 전 왜 커다란 괘종시계안 안으로 들어간 걸루 기억할까요?

hnine 2010-04-20 20:49   좋아요 0 | URL
벽장 속으로 들어가는 아이들도 있었죠 왜...ㅋㅋ
제목도 그렇고, 번역이 참 잘 된 것 같다는 느낌을 읽으면서 여러 번 받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