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시간표 보림문학선 1
오카다 준 지음, 윤정주 그림, 박종진 옮김 / 보림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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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를 읽다 보면 이 정도면 누구도 쓸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순간의 착각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드는 책이 있는가 하면, 아이들 대상으로 한 책이라도 이런 스토리는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다. 얼마 전에 읽은<The Mysterious Benedict Society>가 그랬고 오늘 읽은 이 책도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신기한 시간표'라는 제목부터 기발하다. 표지를 넘기고 두어 페이지 넘겨 보면 '서로 다른 초등학교에서 다른 계절, 서로 다른 시간에 생긴 이야기'라는 작은 글씨가 적힌 장이 나온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교실에서 보는 그런 시간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열개의 독립적인 이야기들에, 그 사건이 일어난 시기에 따라 아침, 첫째 시간, 둘째 시간, 셋째 시간, ...,방과 후, 한 밤 등으로 소제목을 붙였을 뿐이다.
다섯 명 이상하고 매일 아침 인사를 하자는 목표를 세운 2학년 어느 반. 그 다섯을 채우는데 교실의 금붕어, 새장의 앵무새도 동원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보통 어른들의 상상력으로 해볼 수 있을까? 양호실 까지 혼자 가는 길이 무서운 미도리가 자기와 관련된 색깔의 타일을 밟으며 앞으로 나가는 고양이를 만나 건너 뛰기 방식으로 무사히 양호실까지 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 그 고양이는 아마도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미도리의 상상력이 불러낸 고양이 일 것이다. 교실 바닥 틈새로 떨어뜨린 지우개를 도마뱀이 주워가지고 나오는데 특수한 지우개를 함께 가지고 나온다. 내가 쓴 글에서 나쁜 뜻의 단어만 지울 수 있는 지우개. 그러니까 내가 쓴 문장은 모두 좋은 뜻으로 고쳐지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마음 속으로 몰래 바라던 일들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경험을 겪게 된 어느 날, 원망 삼아 돌멩이가 되라고 속으로 빌었던 친구가 없어지는 사건이 일엊나자 순진한 아이는 정말로 그 친구가 돌멩이로 변했다고 생각하고 어쩔 줄을 모른다는 이야기도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독특하게 잘 그려냈다고 보여진다. 어떤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게 되면 그것을 듣는 사람에게는 똑바로 있는 물건이 휘여져보이거나 뒤죽박죽 보이게 되는 현상, 아마 어떤 아이를 놀려서 그 아이가 울먹이게 되자 어린이다운 죄책감과 미안한 마음에서 발동한 상상력이겠지. 꿈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어둠의 유혹을 듣지 않고 눈을 꼭 감고 있던 아이의 이야기, '누가 치즈를 먹었을까'에 나오는 여러 명이 동시에 할 수 있는 가위 바위 보 방식은 참 기발하지 않은가? 양손이 모자라면 입을 사용하여 세개의 가위, 바위, 보를 동시에 낸다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점심 배식이 끝나고 나면 급식실의 아주머니들은 마녀가 된다는 상상은, 나도 예전에 가끔 점심 시간이 아닐 때 식당의 아주머니들은 무얼 하고 계실까 궁금했던 기억을 떠올리니 더 실감이 났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경험때문인지 저자는 학교를 무대로 한 환타지 동화를 많이 썼다고 한다. 낯설은 시간과 공간으로의 이동과 관련된 환타지가 아닌, 친숙하고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 잠시 경험하는 상상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라고 하겠다. 아이들의 두려워 하는 상황에서 자기도 모르게 바라는 염원이랄까,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램이 상상력의 문을 열고 눈 앞에 나타나게 되는 공통점을 안고 있는 이야기들 속에는,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읽어낼 수 있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이 잘 드러나 있다고 하겠다. 정말 이런 책은 아무나 쓰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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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0-03-26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다른 일 하느라 다 못 읽고 반납했네요 ㅠㅠ

hnine 2010-03-26 17:40   좋아요 0 | URL
환타지 동화로 분류가 되어서 저한테는 별 재미가 못느껴질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저도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았는데 하늘바람님도 다시 기회가 되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ㅁㄴ 2010-05-09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