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미래의 고전 1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금이 작가의 책은 쉽게 읽힌다. 억지도 없고 과장도 없고 그저 물 흐르듯 자연스런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 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금이 작가의 책에는 예외가 별로 없다. 이 말을 하는 것이 조금 조심스러운 것은 내가 작가의 작품을 모두 읽어본 것은 아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교과서적이라고 할까. 어떻게 보면 새로울 것이 별로 없는 스토리라고도 할 수 있다. 제일 바람직한 결과로 이야기의 끝이 맺어진다. 그래서 이금이 작가의 작품은 흠 잡을데 없고, 흠 잡고 싶지도 않지만 별표를 주면 다섯개까지 못주게 되고 만다. 정해진 수위를 넘지 않는, 예상되는 스토리 라인을 깨지 않는 한계, 항상 그런 것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좋았던 느낌을 쓰기 보다 이런 감상을 쓰는 것이 몇 배 더 망설여지고 주저하며 쓰게 되지만 최소한 솔직해지자는 결단을 하고 쓴다. 어느 작가나 작가의 스타일이라는 것이 있겠는데 이금이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나면 항상 아름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한마디로 '좀 더 재미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게 된다. 좀 더 재미있으려면 어떤 소재를 어떻게 펼쳐 나가야 하는 것일까. 그걸 내가 명쾌하게 제시할 수 있겠는가.
첫사랑. 6학년 남자 아이의 첫사랑 얘기이다.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며, 이루어지지 않았더라도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자신을 성장시켜주었다면 어쨌든 해피 엔딩이라는 결말도 놀라울 것이 없는, 완벽한 마무리이다. 그러니까 난 그게 아쉬운 것이다. 이 리뷰의 제목을 '고민되는 책'이라고 붙인 이유이다.
첫사랑. 제목만 들어도 얼마나 설레이는 말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 없고 마음의 준비 같은 것도 안 되있을 때 시작되는 사랑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생각해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아주 고운 분말의 앙금으로 마음 깊숙한 곳에 언제까지나 남아 있는 것.
같은 반 여자 아이 연아를 좋아하는 동재가 연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동재의 이런 심리 묘사는 자세히 그려져 있는 반면, 동재의 마음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동재와 이제 그만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내게 되었을 때의 연아의 심리는 어떤 것인지 잘 나타나있지 않은 것이 좀 아쉽다.
동재 자신의 경험을 통해, 또 동재의 첫사랑이 시작된 것과 비슷한 시기에 이혼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민 아버지, 혼자 공부하러 스페인으로 떠난 엄마를 통해, 그리고 첫사랑 상대로부터 실연을 당한 후 평생을 혼자 살고 있는 이웃집 할머니를 통해, 우리의 주인공 동재는 사랑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있는 중이다.
가슴 속 하트가 빨갛게 빛을 발하고 있는 표지 그림은 따로 별 다섯개를 주고 싶었다.  

 

(언젠가 내가 무척 좋아하는 작가의 책에 대해 혹평으로 가득찬 리뷰가 올라온 것을 읽으며 머리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지 라고 하면서도 마음은 많이 쓰라렸었다. 나의 이 리뷰가 누군가의 마음을 그렇게 불편하게 하지 않을지 내가 먼저 불편하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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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3 15: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3 15: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zydevil 2010-03-24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평은 독자만이 누리를 수 있는 권리라고 생각해요. 평론가와는 다르잖아요^^
책을 고르고, 책값을 지불하고, 시간을 쪼개 읽고... 불평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숙한 작가라면 자기 글을 읽고 불평해주는 독자에게 고마움을 느낄 거 같아요.ㅎㅎ

hnine 2010-03-24 18:13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참 다행이겠습니다. 제 생각이 성숙하지 못했네요. 제 마음의 불편을 해소시켜주신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순오기 2010-03-24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우리 모녀는 저런 느낌을 '이금이스럽다'는 말로 대신하지요.^^
작가에게 저도 여러번 이야기 했지만, 강연회에 온 독자들 질문에서도 빠지지 않는 얘기라 작가님도 잘 알고 자신의 한계라고 말씀하시죠.^^ 지난 가을 이금이 작가 광주강연회 페이퍼에도 썼지만, 해피엔딩이 아닌 상태로 등장인물을 놔두고 작가만 쏙 빠져나오기가 힘들어서 결국 해피엔딩으로 가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읽은 이금이 작가의 책 중에 <벼랑>은 고딩이 주인공인 단편집인데 기존 작품과 차별화되는 작품이었어요. 읽으면서 많이 아팠고 작가 후기를 보면서도 제가 울었던 작품이죠.

hnine 2010-03-25 04:51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께서 하하~ 웃어주시니 저도 따라 하하~ 하고 싶어지는데요? '이금이스럽다'라는 말도 재미있고요. 작가 자신이 알고 있고 자신의 한계라고 겸손하게 말씀하신다니 위의 lazydevil님 말씀대로 성숙한 작가, 맞으시네요/
<벼랑>도 꼭 찾아 읽어보겠습니다. 순오기님을 울린 작품이라...

순오기 2010-03-25 08:57   좋아요 0 | URL
저는 '좋은 작품'의 기준을 내가 울었느냐, 안 울었느냐로 단순히 평가하는 독자예요.^^
제가 평가단 하면서 무조건 '좋다'라는 리뷰를 쓸 수 없는 성향이라 고민을 많이 합니다. **책들에도 콕콕 지적한 리뷰를 올리고 나면 한동안 마음이 안 편하지만, 작가나 출판사에는 그런 감상이 약이 된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마음을 풉니다.^^

hnine 2010-03-25 12:42   좋아요 0 | URL
아,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네요. 나를 울렸느냐, 즉 내 마음을 움직였느냐...
책을 읽고서 지적할 사항은 지적을 해야 옳은 리뷰가 되는 것 맞지요. 그런데 어떻게 하면 단순히 일시적인 기분이나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근거 있게 내 생각을 나타낼까,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