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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아 극장
엔도 슈사쿠 지음, 김석중 옮김 / 서커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나에 대해 고정화된 어떤 이미지가 만들어지는게 숨이 갑갑할 정도로 불편하게 느껴져 견딜 수 없다. ...무겁고 딱딱한 주제를 다룬 소설을 쓰는데 그런 소설이 발표되고 나면 독자들로부터 내가 항상 세상과 인생의 문제로 고뇌하고 있는 듯한 이미지를 갖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며 참을 수 없이 싫은 생각이 든다. ...그런 내용의 편지를 독자로부터 받으면 나 자신이 위선자라는 기분이 들고 정신위생상으로도 좋지 않다. 그래서 그 뒤로 나는 이런저런 형태로 나 자신이 경박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애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했다' (265쪽)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경위란다.
표지를 보고서 만화책인가 하고 들춰 보았다. 표지 그림도 그렇고 '유모아극장'이라는 제목 글씨마저도 어릴 때 만화집에서 보던 만화책 제목 글씨체를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 책은 그림은 없었으되 내용은 만화 볼 때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책이라고 말하면 될 것 같다.
12편의 짧은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수술하기 어려운 부위를 의사들이 자신들의 몸을 축소시켜 비행선 같은 작은 물체를 타고 환자의 몸속으로 들어가 직접 수술한다는 <마이크로 결사대>는 이 책이 쓰여진 1969년에, 1990년대 쯤이면 가능해질 수술법이라고 작가가 가정하고 쓴 내용이다. 이 소설이 그렇게 오래 전에 쓰여졌다는 것을 모르고 읽기 시작한 나는 1990년대를 미래로 가정하는 부분에서 잠시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1990년으로부터 2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의사가 직접 몸속으로 들어가서 하는 수술은 아직 시행되고 있지 않지만 말이다. 여자들의 사소한 경쟁 심리를 그린 <여자들의 결투>에서는 옆집 아줌마 때문에 운전을 배우고, 옆집 아줌마 때문에 차를 사는 아줌마들 인물 묘사를 그럴듯 하게 그려놓고 있다. 성이 다르다면 동물과 인간도 서로 끌릴 수 있다는 <아르바이트 학생>의 이야기도 '유모아' 극장의 참신한 소재가 되기에 충분하다. 비슷한 외모때문에 혼자 간 여행지에서 유명 연예인으로 오해를 받고 나중엔 아예 그 사람으로 행세하는 <여행지에서 창피는 괜찮아>, 화류병에 걸린 개 이야기 <동물들>, 우리 아버지에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한 놀라움과 결국 이해를 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 <우리 아버지>, 학창 시절의 버릇이 성인이 되어서도 변함 없이 되풀이 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동창회>의 씁쓸한 결말. 12개의 에피소드가 당신을 웃겨 주려고 이 책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
1969년에 쓰여진 이야기들임에도 불구하고 12개 에피소드 중 어떤 것도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야기는 없었다는 점, 그러니까 저자는 최소한 참신한 소재로 코믹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고, 덧붙여 이 책만 읽어가지고는 저자가 그동안 주로 심각하고 무거운 책만 써왔다는 것을 전혀 짐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위에 밝힌 그의 집필 의도 역시 성공적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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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3 14: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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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0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3-13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엔도 슈사쿠라면 '침묵'을 쓴 분인데...
기독교 신앙에 흔들릴 때마다 많은 도움이 되었던, 내게 최고의 종교서적으로 꼽히는 책이죠.

hnine 2010-03-13 17:3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은 이 저자를 아시는군요. 저는 이 책이 처음이었어요. 말씀하신대로 기독교 관련 책을 많이 내신 분이시고 수상 경력도 화려하신 분이시더라고요. 이 책은 전혀 다른 분위기로 쓰여진 책일거라 생각되요. 한번 읽어보시겠어요? ^^

순오기 2010-03-17 18:44   좋아요 0 | URL
저는 침묵만 읽어서 다른 책은 잘 몰라요.
추천하시니 기회되면 볼게요.^^

hnine 2010-03-17 21:20   좋아요 0 | URL
읽어보시겠다면 제가 보내드릴려고요 ^^

순오기 2010-03-18 23:20   좋아요 0 | URL
어머~ 제가 책선물 받고도 못 읽은 책이 엄청 많아서 덥석 손내밀기가 부끄러운데... 침묵도 다시 보고 6년째 방학(아니 휴교수준)을 개학해야겠고...
집에 있는 책은 언제든 볼 수 있다 생각하니 미루나 봐요. 그러면서 도서관에서 열나게 빌려오는 건 뭔 심보인지.ㅋㅋㅋ
이상하게 집에 있는 책은 그림책조차도 리뷰를 안 쓰고, 도서실 책은 반납해야 되니까 날새서라도 읽고 리뷰 쓰고...내가 생각해도 내가 웃겨요.^^

2010-03-20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0 0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