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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의 아이들
초등교실상담연구회 엮음 / 즐거운상상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이론서가 아니다.
청소년기, 그리고 성인기로 이어져 나타나는 문제 행동들은 그보다 훨씬 더 이전의 결핍에서 유래한 경우가 많다. 청소년기로 진입하기 이전의 초등학생들의 문제들을 발견하고 상담으로써 풀어보고자 한 초등학교 교사들의 상담 사례집인 이 책은, 교실에서 보여지는 아이들의 모습 이면에는 가정, 즉 교실 밖에서의 문제가 존재한다는 뜻에서 <교실 밖의 아이들>이란 제목이 붙여진 것 같다.
친구들이 나만 괴롭힌다고 호소하는, 피해 의식이 강한 4학년 정규, 호기심이 지나쳐 남의 물건에 손을 대는 버릇이 있는 영수, 주의력이 부족하고 충동적이어서 수업시간에 2분 이상을 앉아 있지 못하는 철수, 아스퍼거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정해진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윤이, 우발적인 또는 의도된 거짓말을 하여 관심을 끌려하는 지희, 이제 겨우 2학년인데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하는 현우, 부모의 이혼으로 아빠와 살며 남동생까지 보살펴야 하는 생활이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경민, 아무 것도 하기 싫다는 소아우울증을 앓고 있는 지연이, 쉴새 없이 욕하고 싸우는 영진이, 그 아이에게는 어머니의 부재, 그리고 부족한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문제가 있었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의 불안정한 애착 관계 속에서 커온 민교는 학교에 입학해서도 친구와 사귀고 싶지만 사귀는 방법을 모른다. 역시 친구 사귀는 방법을 몰라 오히려 친구들을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1학년 민우는 말이 없는 아버지와 사교성이 없는 어머니라는 배경이 있었고, 자기를 왕따 시키는 아이들을 모두 죽여 버릴 거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민우의 경우에는 민우가 문제가 아니라 주변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었다. 유아때 동네 중학생 오빠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으나 문제시 하면 오히려 충격을 받을까봐 엄마는 그냥 잊고 커주기를 바라며 덮고 지냈는데 학교에서 예쁜 아이를 보면 괴롭히고 산만한 행동을 보이는 미진이는 결국 성폭행의 정신적 후유증을 앓고 있던 것이었으며, 하루 종일 집을 비우는 부모로부터 방임되어 새벽 1시까지 동네 PC방에서 지내고 학교엔 결석을 일삼는 3학년 현석이의 부모는 달리 방법이 없다면서 이것을 별 문제시 하지 않았다.
이 아이들의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만 보고, 일탈된 행동만을 바로잡는 지도가 교사에 의해 이루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남의 물건을 훔치지 못하게 하고 (왜 훔치는지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음), 다른 친구들의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을 못하게 야단치고 (왜 친구들을 괴롭히는지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음), 아무리 싫어도 학교에는 꼭 나오게 가르치고 (왜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지의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음), 그렇게 따르지 않으면 벌을 주는 식,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교육'은 아닐 것이다.
아이들은 상처 받기 쉬운 대신 주위의 도움에 의해 그 상처가 잘 아물 가능성도 높다. 위에 사례로 든 아이들은 교사와 학교, 부모와 가족의 노력으로 달라져가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들은 관심받는 만큼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달라진다.
상담이란, 사람의 마음을 열고 소통하기 위한 참 중요한 도구, 방식이다. 아마 여기 집필진으로 참여한 교사들도 그런 중요성과 의미를 알기에 상담 공부를 하게 됐던 것이리라. 교사들은 말한다. 상담을 통해 아이들의 어떤 행동을 '고쳐놓겠다'는 것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응어리진 마음과 정서적인 허기를 채워주는데 초점을 맞추라고.
덧붙여 교사가 지나치게 아이의 문제를 자기 문제화 한 나머지, 생활을 돌보아 주는 등 교사에게 많이 의존하지 않도록 해야하는데 이런 의존성은 결국 교사를 당황하게 만들고 아이가 친구나 가족으로부터 받았던 배신감을 또다시 느낄 수도 있게 하기 때문이기 때문이다. 따뜻하지만 객관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함으로써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것만이 상담자로서 필요한 자질은 아님을 일깨워준다. 특히 초등학교 여학생들은 라포 (rapport)라고 하여 친밀감, 신뢰감이 형성되면 마치 한풀이라도 하듯 상담교사에게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인 듯) 그 과정 자체가 '응어리 풀기'과정이기 때문에 상담 교사가 아이의 감정에 같이 휩쓸려서는 안되고 자기의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학생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등대가 되어 올곧이 있어야 하며, 이것이 '진정한 공감'이라는 말이 마지막 일침으로 가슴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