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 사계절 1318 문고 43
임태희 지음 / 사계절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몇년 전에 임 태희 작가의 '쥐를 잡자'를 읽었다. 그 소설에서는 '쥐'라는 단어에 의미가 집약되어 있었다면 이 소설 '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에서는 짐작대로 '아바타'라는 말에 전체 글의 주제가 실려 있었다. 원래는 고대 인도의 신 중의 하나를 일컫는 말이었으나 현대에 와서 어쩌다가 인터넷 세상에서 나를 나타내는 일종의 상징을 뜻하게 된 말 아바타. 내가 원하는대로 옷을 입히고 표정을 정하며 자세를 정해준다. 그때 그때 나의 기분에 따라 다른 옷을 입히기도 하고, 다른 표정을 지정해주기도 하는 일종의 가상 육체.
이 글에서 주인공 영주는 어느 날 학교 담벼락에 '나는 누구의 아바타일까'라는 낙서를 보고 그것을 일종의 화두이자 자기가 끄적거리고 있는 글의 제목으로 삼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주 외에 이손, 화, 이렇게 세 여학생의 얘기로 이루어져있는 이 소설은 작가 자신도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꽤 부담을 안고 시작했던 듯, 여기 저기 부딪히고 깨질 것을 각오하고 썼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등장하는 세 여고생 모두 어딘가 상처가 내재되어 있는 가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이 자신들의 아픔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사실 이들의 가정이 극복해야할 문제이고 상처이다. 그런 아이들끼리 서로 이해하고 일으켜 세워 주려 애쓰는 모습, 자기 자신에게 보다 친구에게 때로는 더 희망을 걸고 잘 되기를 바라는 모습들이 감동적이었다. 그런 것을 보면, 어쩌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은 어른들보다 이 나이 세대에게 더 내재되어 있는 것 같다. 또한 이들에게 '친구'의 존재란 때로 가족보다 부모보다 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나를 자신들이 아바타로 설정해놓고 조정하려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력과 싸워 이겨야 한다며 먹기를 거부하는 이손,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지워버리고 싶은 어두운 기억을 토해내 버리고 싶어하는 영주, 자신의 뛰어난 외모를 이용해 정체성을 찾아보려 했던 화, 이들 모두의 행동에는 자신의 '몸'을 대하는 방식이 관련되어 있었다.  

작가의 의도는 잘 전달되었으나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는 과정에 어딘가 비약과 급마무리, 혹은 이미 새로울 것이 없는 시도 등이 엿보여 좀 유감이기도 했다. 가령 청소년 쉼터에 있던 이손이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지 모르겠다며 고민하는 부분이라던가, 영주의 어머니가 갑자기 잘 알지도 못하는 이손의 동생 수지를  함께 찾아나선다는 부분, '화'가 거리로 나서게 되는 계기 등, 어쩌면 이 소설은 더 길어지거나 더 짧아져야 하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보기도 했다. 이전의 소설 '쥐를 잡자'도 꽤 무거운 분위기였는데 이 소설은 그래도 모두가 나름대로 제자리를 찾아 가며 마무리가 되어있었다.
아마도 작가는 이렇게 갈피를 못잡고 자신의 상처 속에 갇혀 사는 이들을 세상에 드러내 보이면서 그들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호소하고 싶었는가보다.
그녀의 다음 소설도 비슷한 주제일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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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12-1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 작가의 책이 사계절에서~ 나왔네요

hnine 2009-12-10 13:39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덕분에 알게 된 작가이지요 ^^
이 책 신간 아니고 2007년에 나온 책이어요. 그러니까 '쥐를 잡자'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거네요.

2009-12-10 1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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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0 14: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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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0 1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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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0 14: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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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0 15: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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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0 15: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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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10 15: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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