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운의 일기
중학생이 되면 다 저런가? 언니는 요즘 통 말이 없다. 학교 다녀오면 바로 이층에 올라가서는 자러 내려올 때까지 혼자 뭘 하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한번 궁금해서 올라가봤더니 라디오를 들으며 뭔가를 끄적거리고 있다가 나를 보고는 얼른 덮어버렸다. 내가 묻는 말에 대답만 한다. 그것도 아주 짧게. 나 혼자 떠들다 아래층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언니 동생이라기 보다는 친구처럼 떠들고 장난치며 놀았었는데. 언니 말로는 공부할 것이 많다고 하지만 자기가 뭐 고등학생이라도 되나? 벌써부터 공부할 것이 많아서 책상머리만 지키고 있게. 이제 겨우 중학생이면서.
혹시 성운 오빠가 떠나서 심심해서 그런가? 성운 오빠 가고나니 매일 아빠가 내주신 영어 숙제 안해도 되고, 더 신날텐데. 그리고 난 성운이 오빠 같은 사람 별로이다. 공부 밖에 모르는 모범생 스타일 난 질색이니까. 재미도 없고, 웃길 줄도 모르고.
난 나중에 남자 친구를 사귄다면 어떤 친구를 사귈까? 문득 작년에 우리 반이었던 영빈이의 얼굴이 떠오른다. 작년에 같은 반일 때는 꽤 친했는데 올해 들어 이 녀석이 마주쳐도 별로 말이 없다. 잘 웃지도 않는다. 나한테 뭐 불만이라도 있나? 나중에 한번 물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