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쿄 타워>를 보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웬지 계속 못보고 자꾸 딴 짓을 하게 된다.
영화가 지루하거나 재미 없어서가 아니다.
왜그런지 나도 정확히 모르겠다.
아직 반도 못보았는데 어떤 가슴 뭉클한 장면에 이르게 될 때마다 나도 모르게 pause를 누르게 되는 것이다.
참, 한심한 아줌마 같으니라구.
이런 물러터진 마음으로 어찌 살아나가누, 쯧쯧
오래 전, 해질 무렵의 하늘을 보면서, 떨어져 있는 가족들 생각에 역시 가슴이 뭉클, 눈물이 찔끔 나던 때 생각이 난다. 그당시 내게 있어 가족이란 그렇게 애뜻함이 연상되는 그런 단어가 아니었다. 모두 자기 할 일들에 바빠 communication 이라고는 거의 되지 않고 있던 우리 가족, 그저 동일 장소에서 밥 먹고 (각자) 잠을 잔다는 것뿐, 서로의 걱정과 고민이 전혀 공유되지 않는 상황, 내가 집을 떠나온 것은 바로 그런 때였음에도.
아마, 그래서였나? 그렇게 해질 무렵만 되면 눈물이 나던게.
이보다 더 전에, 학교 실험실에 있을 때였다. 하루 종일 안되는 실험을 붙잡고 씨름하다가, A동 1층에 있는 실험실에서 B동 3층에 있는 자동 판매기까지 가서 커피를 뽑아 들고, 다시 A동으로 돌아오기 위해 구름다리를 건널 때, 해가 지고 있는 모습과 만나게 된다. 그러면 나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구름다리에 잠시 팔을 얹고 해가 지고 있는 하늘을 하염없이 쳐다 보곤 했다. 그러면 그냥 모든 것이 서글펐다. 지금의 갑갑한 내 상황도 그렇고, 이렇게 해가 지기 시작할 때 돌아갈 집이 없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일까, 이런 것까지 떠올리기도 했고, 눈에 보이는 집이 아니라, 마음이 정착할 곳 없이 이리 저리 떠도는 모든 사람들이 동지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의 내 마음은 한마디로 외로움, 그거였다.
또 해가 지는 이 시간.
영화 도쿄 타워를 오늘 계속 볼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