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운이의 일기- 

'아빠는 이 정도가 나에게 적당량의 숙제라고 생각하고 내주시는 걸까?'
중학교 입학을 앞둔 겨울 방학, 겨운이는 매일 아빠가 내주신 영어 숙제를 하느라 하루를 다 보낸다. '무조건 외워라'는 것이 아빠가 말씀하시는 영어 공부의 왕도. 매일 단어 외우기, 중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 본문 외우기 숙제를 내주시고는 밤에 퇴근하신 후 겨운이를 부르셔서 테스트를 하신다. 중학교에 채 입학하기도 전에, 방학다운 방학은 이제 끝났구나 생각이 들어 겨운이는 못내 아쉽기도 했지만, 이제 초등학생이 아닌 어엿한 중학생이 된다는 자부심으로 아쉬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래도 아침에 부모님께서 모두 출근하시고 나면 그림도 그리고 TV도 보고 책도 읽고 친구들과 놀며 하고 싶은 걸 맘대로 하며 시간을 보내는 새운이를 볼 때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매일 테스트를 위해 영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긴장하며 시간을 보내는 자신과 비교하면 말이다. 

중학교 입학 기념과 함께 영어 공부라는 숙제 말고 아빠로부터 미리 선물로 받은 것도 있다. 바로 책상 위에 놓고 듣는 아담한 라디오 이다. AM/FM  겸용 라디오라는데, 엄마가 가끔 뜨게질을 하시며 듣곤 하시던 안방의 라디오 말고, 겨운이 자신만의 전용 라디오가 생긴 것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 책상에 앉음과 동시에 라디오를 켜고 듣는 새로운 취미를 즐기게 되었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따라서 시계를 보지 않고도 시간이 흐르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밥 먹는 시간 외에 거의 책상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겨운에게, 라디오는 친구 역할을 톡톡히 해주게 되었다. 예전처럼 밖에 나가 친구들과 뛰어놀지 못해도 심심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오전의 주부 대상 프로그램부터 오후의 가요 프로그램, 저녁 때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 심야의 영화 음악 프로그램까지, 시간마다 진행자가 바뀌고 대상층이 바뀌고, 틀어주는 노래가 틀리니, 어쩌면 매일 같은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보다 색다른 재미가 있기도 했다. 그러면서 겨운이는 자신이 지금까지 지내오던 것과는 다른 어떤 새로운 세계로 조금씩 들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기분 좋은 일이기도 했고 동시에 조금 두려운 느낌도 드는, 묘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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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6-04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궁금한데 정말 겨운이 세운이가 누구여요?

hnine 2009-06-04 15:30   좋아요 0 | URL
제 마음 속의 아이들이어요 ^^

2009-06-04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9-06-04 19:36   좋아요 0 | URL
저 혼자 막 꾸며서 쓰는 이야기인데, 비공개 카테고리에 쓰면 이상하게 더 잘 안쓰게 되더라고요 ^^ 그래서 그냥 생각날 때 마다 마구 써서 올리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부끄러운 일이지요.
안그래도 쓰다보면 제 느낌이나 목소리가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