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다 본 후의 느낌은 인간 승리도 아니요, 사랑의 힘도 아니요, 자본주의의 한 끝을 보았다는 것이 내 개인적인 느낌이었다. 어느 한 끝 말이다. 욕조를 지폐로 가득 채우고 들어가 '살림 (Salim)' 이 최후를 맞이하는 그 순간 동생 '자말'은 퀴즈쇼에서 밀리어네어의 행운아가 되고, 사랑의 여인과 재회한다.  

<트레인스포팅>의 대니 보일. 그의 영화로 내가 처음 본 것은 <쉘로우 그레이브>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대니 보일은 거의 젊은 세대들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 이후 레오나르도 디 카프리오가 나왔던 <비치 (The Beach)> 역시 그의 영화 다웠다 ; 엽기적 요소와 섬세한 감성이 펄펄 살아있는, 삶을 미화시키기보다는 충격을 줄망정 리얼하게 보여주겠다고 작정한 듯한 -'대니 보일적'이라고 내 맘대로 부르곤 하는- 그런 스타일 말이다.
이 영화 <슬럼독 다이어리>로 또 한번 영화계의 상들을 휩쓴 이 사람.
원작이 워낙 탄탄한 명성을 얻은 바 있어 (비카스 스와루프의 'Q & A') 수상을 이미 예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도 같은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 꽤 있나보다. 가령 영화 속에서 자말과 라티카가 만나기로 한 장소 '빅토리아 역'은 런던의 기차역 이름이기도 하다든지, 'underground' 라고 쓰여있는 지하철 표시도 런던의 것과 똑같아, 주인공들의 무대가 언제 영국으로 바뀌었나 잠시 혼동되기도 했었다. 

다 보고 나서 어떤 따듯함과 위안을 얻고 나올 그런 영화는 아니라고 하겠다. 누가 이 사람, 대니 보일의 영화에서 그런 것을 기대하랴. 대니 보일을 느끼기 위해 봐야할 영화 라고 말하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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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3-23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래인스포팅은 봤어요. 이 영화 어여 봐야겠어요.
예상하는 바이지만 참담할 것 같군요.^^

hnine 2009-03-23 20:10   좋아요 0 | URL
혜경님, 트레인스포팅 보셨다면 마음 푹 놓고 보셔도 돼요 ^^

마노아 2009-03-24 0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치 몹시 인상 깊었어요. 대니 보일 작품이었군요. 전 영화가 꽤 좋긴 했는데, 그래도 '작품상'은 좀 과했다 싶었어요. 촬영이나 음악이라면 모를까요..;;;

hnine 2009-03-24 05:30   좋아요 0 | URL
영화 시작 전에 상 받은 리스트가 주루룩 나오죠. 화면 하나에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미국와 영국 합작 영화라던데, 어딘가 헐리웃 분위기가 나는 것도 같지만, 퀴즈쇼에 의해 상징되는 '부'의 획득,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다고 선전하는 듯한 쇼, 자본주의의 궁극의 목표인 부를 획득하지만 그것은 지식에 의해서라기 보다, 매 문제마다 주인공의 그간 생사를 넘나드는 삶의 체험들이 얽혀져 답을 말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나름대로 여러가지를 보여주려 하지 않았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