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그림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특별히 좋아하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내가 바로 그런 류에 속하는 사람이다.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는.
그런데 이 새벽, 그의 그림에서 기대 않던 위안을 받고 있다.
안하던 고민이 있어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아이 재우며 일찍 잠든 다음 날 새벽 이 시간 쯤 눈이 떠지는 것은, 남들이 가끔 밥 대신 면을 먹는 것 만큼 내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 아니던가.
눈을 뜨고, 읽던 책들을 들척거리던 중 문득 그의 그림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장해둔 그의 그림 몇점을 다시 불러들여 화면에 띄어 놓고 바라 본다.
차분 차분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림이 내 마음을 향해 손가락을 입술 위에 올려 놓으며 '쉿~' 하는 듯 하다.
더 이상의 흥분도, 비관도, 부정도 말라고,
이제 거기까지만 가라고 말해주는 듯 하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
내게는 오히려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되던 모네의 그림에서
소리 없는 위안을 받고 있다.
그러고보니 우리는 모두 알게 모르게
위안이 필요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