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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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특정한 누구의 엄마라기 보다는 바로 얼마 전까지 한국의 어머니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어느 날 서울역 지하철에서 사라진 엄마를 그녀의 아들, 딸들 넷이 찾아보려 애쓰지만 결국 아홉 달이 지나도록 찾지 못하는 것으로 맺는다. 단 하루도 자신을 위해 산 날은 없는 것 처럼 보이는, 자식과 남편 뒷바라지로 평생을 보냈으면서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생을 살고 있던 엄마가 없어지고 나서야 가족들은 조금씩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는, 어찌 보면 읽기 전에 그 얼개가 훤히 보이는 듯한 내용일 수도 있다. 

읽는 사람마다 다르기야 하겠지만 이 책을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는 리뷰를 많이 보았는데, 나는 눈물은 커녕 어찌나 울분이 일던지. 행여 소설 속 엄마와 같은 삶이 단순히 슬프고 동정 받을 이야기 쯤으로만 사람들이 받아들이면 어떻하나 하는 쓸데 없는 걱정까지 했음에야.  

엄마라는 존재는 먹고 싶은 것도 없고, 입고 싶은 것도 없고, 가고 싶은 곳도 없고, 꿈도 없고, 자식이 잘 되면 그게 곧 엄마의 행복이고 성공된 삶이라고, 우리들 마음 속 어느 한 구석에라도 혹시 그런 생각이 숨어있지는 않은가. 그래서 혹시나 자신의 꿈을 찾아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작은 몸짓이라도 할라 치면 튀는 사람, 별난 사람처럼 보는 시선을 보낼 준비를 갖추고 있지는 않은가.   

평생 잠시도 쉴새 없이 고단한 삶을 살아내야 했으면서도 결국 자신에게 남은 것은, 지하철역에서 함께 있던 남편 손을 놓침으로써 서울에 사는 아들, 딸과 연락을 취할 방법도 모르고 아홉달 동안 이 세상으로부터의 모든 줄이 끊겨 버리고 마는 무능력자, 바로 그것이란 말인가. 

이렇게 한세상 살다가 눈 감을 때 억울하지 않을까? 정작 우리의 헌신적인 어머니들은 억울해하지 않으실거라고 그렇게 말할 사람이 있을까봐 두렵고 벌써 가슴이 답답해진다. 

'엄마를 부탁해'.
부탁하고 부탁 받아야 하는 존재의 비참함, 끔찍함.
그렇다. 나는 이 책을 비참하고 끔찍한 기분으로 읽었다.
이 땅에 이제 이렇게 사는 어머니들이 더 이상 안 계시기를, 어머니가 되는 순간 여자의 일생은 이렇게 전개되어야 한다는 편견부터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숨이 끊어진 아들의 시신을 안고 슬퍼하는 피에타 상을 보면서 깨우치는 딸의 심정 묘사로 끝맺음으로써, 흐지부지 되기 쉬운 결말이 되지 않게 하였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책 끝의 작가 후기가 참으로 침착하면서 힘이 있고 진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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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1-09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전 아직 못 읽어봤는데요 더 궁금해지네요

hnine 2009-01-09 14:33   좋아요 0 | URL
저자의 글을 처음 읽은 것이 제가 고등학교때였어요. 그래서 관심이 가는 작가이기도 하면서도 그녀의 소설을 그리 많이 읽지는 않았지요. 언제 따로 페이퍼에 쓰려고 하는데 그래도 될지 몰라 미루고 있는 중이어요.
이 책 한번 읽어보세요. 요즘 엄청나게 많이 읽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