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에 바치네
내가 어리석을 때 어리석은 세상 불러들인다는 것
이제 알겠습니다
누추하지 않으려 자꾸 꽃 본다 꽃 본다 우겼었습니다
그대라는 쇠동전의 요철 닳아
없어진 지 오래건만
라일락 지는 소리들 반원의 무덤이던 아침부터
대웅전 앞마당 지나는 승려들 가사먹빛 다 잦아들던
저녁, 한 여름의 생선 리어카와 봄의 깨진 형광등과
부러진 검정 우산 젖어 종일 접히지 않던 검은 눈동자
까지
다 내가 불러들인 세상임을
그 세상의 가장 큰 안간힘,
물 흔들지 않고
아침 낯과 저녁 발 씻는 일임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 김 경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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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구입한 첫 시집, 김경미 시인의 <고통을 달래는 순서> 중에 수록된 시, '고요에 바치네', 이 시를 읽고 나니 '자업자득', 심하게는 '자포자기' 라는 단어가 자꾸 떠오르면서,
알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시인을 만나 물어 보고 싶은 마음.
"받아들이는 사람 몫이지요."
그렇게 답변하시려나?
그러면서도 자꾸 자꾸 읽게 되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