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편지

이 해인

또 한 해가 가 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 하기 보다는
아직 남아 있는 시간들을
고마워 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 카드 한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들 곧 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나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 밖에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 하면
그것 자체가 행복일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 할 것
너무 많아 멀미 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 내고
새 달력을 준비 하며
조용히 말 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 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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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2-05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시를 잊고 있었네요. 고맙습니다~~
마지막 두번째 연 12월이 12우러 로 됐어요.^^

hnine 2008-12-05 19:52   좋아요 0 | URL
ㅋㅋ 감사합니다. 바로 고쳤습니다. 오자 없으면 hnine이 아니지요 ^^

마노아 2008-12-05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에게 마음 닫아 걸었던<<<'니에게' 오타 같아요.
암튼, 마음에 콱 와 닿는 시군요. 이 계절에,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조언이에요. 아름답습니다.

hnine 2008-12-06 06:01   좋아요 0 | URL
모자람, 불만, 후회 등을 걸러내어 이렇게 곱게 시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시인들의 능력인가봅니다. 내가 나에게 마음을 닫아 걸었으니 외롭지 않을 수 있겠나 싶어요. 오자 지적 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 제가 많이 덜렁대거든요 아시겠지만 ^^

하늘바람 2008-12-06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12월 시간이 가네요 믿을 수 없이 빨리.
아무 준비도 못했는데 정말 빨리 갑니다

hnine 2008-12-07 06:15   좋아요 0 | URL
올해 후반기는 예년에 비해 일을 더 많이 한 것도 아닌게 시간은 더 빨리 간 것 처럼 느껴져요.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기로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