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붕어빵 아줌마는 나오지 않았다.
비닐로 덮인채 썰렁하기만 한 붕어빵 가판대를 보고 들어오는 길이다.
내가 이 동네로 이사온 해부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그 골목 그 자리에 나타나, 밤 늦게 까지 아주 씩씩한 목소리로 "붕어빵 6개, 여기 나갑니다!" 외치며 쉴 새 없는 손놀림으로 붕어빵을 만들어 파시던 아줌마. 그러다가 겨울이 끝나가면 어느샌가 자취를 감추었다가 겨울이 오면 어김 없이 다시 나타나신다.
언젠가 한번 내가 화장실 가실 짬도 없으시겠다고 했더니, 안그래도 화장실 제때 못가서 병까지 나셨단다. 그 정도로 늘 손님이 많았다는 얘기이다. 젊으신 분인데 옆에는 늘 할아버지 한 분께서 자리를 지키시며 거스름돈도 거슬러 주시고, 포장도 해주시며 아줌마를 도와주고 계셨는데 오가는 대화의 말투로 짐작컨대 친정아버지이신 듯 했다. 천 원에 세개였던가 네개였던가, 사먹는 사람은 저렴한 값에 만만한 간식거리가 되겠지만, 파시는 분에게는 미안하다는 생각도 했었다.
올해도 한 몇 주 전에 다시 나타나셨다. 붕어빵 사라는 씩씩한 외침 소리.
그런데 예년 만큼 손님이 많질 않다. 늘 그 앞에서 몇 사람 앞에 두고 기다려야 했던 예전에 비해, 손님 없이 아줌마 혼자 있는 걸 볼 때가 많았다. 어제 남편 보고 들어오는 길에 붕어빵을 사다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빈손으로 들어온 남편 말이 아줌마가 안 나오셨단다. 그런데 오늘도 붕어빵 아줌마는 결석. 무슨 일일까. 장사가 잘 안 되서 그런가? 궁금, 궁금.
아마 내일도 난 그 자리에 가볼 것 같다. 붕어빵 아줌마가 내일도 결석하시나 궁금해서.
-------------------------------------------------------------------------------------
윗글을 쓰고 나서 오늘 자 중앙일보에서 아래 기사를 읽었다.
관련이 있을까?
-
 |
|
|
|
붕어빵 노점 감소, 고물가·불황의 그림자
“길거리에서 붕어빵 파는 노점을 찾기 힘들어요” “재료값이 너무 오른데다 비싸게도 팔수 없어 붕어빵 판매를 꺼려요”
고물가와 경기불황의 그림자가 사회 곳곳에서 드려지면서 각종 노점이 늘고 있는 가운데 유독 붕어빵 노점만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3일 광주 북구에 따르면 지난해 50여개에 달하는 붕어빵 노점이 올해는 30~40개로 감소했고 동구.서구.남구.광산구 등에서 붕어빵 노점이 감소하기는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불황 여파로 각종 노점이 증가하고 있지만 붕어빵 노점만이 감소하는 것은 붕어빵 제조에 비싼 재료.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지만 대표적인 겨울철 서민 간식거리인 붕어빵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없고 판매량도 줄어드는 삼중고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광주 북구 매곡동에서 수년째 붕어빵을 굽고 있는 이모씨(45.여)는 "붕어빵 90개를 굽는 찹쌀.밀가루.단팥 등을 1만 5000원에 구입해 가스로 굽고 나면 남는 이익이 없다"며 "불황여파로 붕어빵을 사가는 사람들도 감소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붕어빵 3개를 1000원에 판매하지만 손님들은 '붕어빵이 너무 비싸다. 인심이 야박하다며 1개를 더 가져간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붕어빵은 다른 간식거리와 달리 조금만 방심하면 타져버리기 때문에 잠시도 다른 일을 할 수 없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10원짜리 30개를 가져와 붕어빵 1개를 사가는 모습을 보고 튀김 등 다른 먹거리로 전환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에는 10원짜리 동전이나 문구점 앞에서 사용하는 장난감 코인을 섞어 붕어빵을 사가는 아이들이 부쩍 늘었다며 어려운 경기상황이 아이들 군것질에서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고 푸념했다.
광주 서구 상무지구 한국은행 사거리 인근에서 붕어빵을 굽고 있는 김모씨(48)는 20여년간 노동현장에서 날품을 팔던 일용근로자였다.
김씨는 근로자 대기소에서 더 일거리를 찾지 못해 1주일전부터 붕어빵 노점을 시작했지만 벌써부터 후회하고 있다.
김씨 역시 붕어빵 재료를 비싸게 구입하는데다 많은 노동력을 투입해야하는 붕어빵 노점 대신 다른 먹거리를 판매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김씨는 "하루 빨리 경기가 회복돼 붕어빵 노점을 접고 일용근로자로 다시 일하기를 기대한다"며 한숨을 슀다.
한편 지자체들은 경기불황 여파나 일자리 감소 등으로 노점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광주=뉴시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