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 - 오정희 우화소설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자그마한 책 속에 스물 네편의 짧은 글들이 실려 있다. 다작의 작가가 아닌 그녀가 오랜만에 낸 소설이니 두툼한 분량을 기대했다면, 짧은 에피소드 정도의 조각글들에 좀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가 누군가. 그녀의 문장력과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은 단편 속에도 충분히 핵심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오정희 작가의 글 속 대화 방식의 특징은 바로 이심전심 수법이 아닐까. 드러내 놓고 심사를 표현하기 보다는, 손짓, 몸짓, 표정 묘사 등을 통해 소설 속 인물의 심정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렇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감탄하게 만든다.
달라질 것 없는 똑같은 일상들, 인생이 아주 큰 것을 선물하리라는 기대로부터, 그러한 소소하고 지루해보이는 나날들이 곧 우리의 삶이고 인생이라는 깨달음, 그래서 속상할 것도, 불만스러울 것도 없다는 자각. 이 책의 스물 네편 소설들 속에서 내가 읽어낸 작가의 마음은 그러한 것이었다. 그러한 일상들이 곧 자신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고 작가가 말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실린 모든 글들이 저녁 무렵 무심하게 피어나는 굴뚝의 연기 같은, 조용하고 체념적인 내용들은 아니다. <가을여행>,<부부>,<해산>,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같은, 한자락 미소로 마무리되는 이야기들도 있고, <맞불 지르기>처럼 통쾌한 이야기도 있다. 제일 좋았던 것은 <색동저고리>. 입양아에 대한 이야기이다.
문학적 내공이란 어떤 형식의 글을 쓰든 일관성 있게 나타나나보다. 짧은 글들 속에서도 그녀의 문학적 위치는 흔들리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다.
검은 색 굵은 색연필로 그려진 듯한 단순한 책 속 삽화들도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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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8-11-11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순수하게 내가 좋아하고 나를 위한 책을 읽기나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hnine 2008-11-12 04:45   좋아요 0 | URL
요즘 하늘바람님께서 올리시는 책 들, 재미있어 보이던걸요?

순오기 2008-11-12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6년 초, 오정희산문집 <내 마음의 무늬>를 읽은 후 만나지 못했는데...
님 덕분에 '돼지꿈'의 그 맛을 느끼고 싶어졌어요. 지름신을 불러야 할 듯...^^

hnine 2008-11-12 09:00   좋아요 0 | URL
제가 빌려드릴까요? ㅋㅋ

순오기 2008-11-12 09:04   좋아요 0 | URL
흐흐흐~ 선물하고 빌려보면 다래끼 나요~
저어기 이웃동네서 구입하려고 담아놨어요.
5만원 채워서 주문하려고요.ㅋㅋㅋ

2008-11-12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8-11-12 20:27   좋아요 0 | URL
아, 그 시 좋으네요. 늘 지나고 나서 알지요 우리가 지나온 길을.
다린이는 좋겠어요. 이렇게 이쁜 누나가 안부도 물어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