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동도 있고,
멋진 생각과 향기를 지닌 사람을 만나고 얘기를 나누며 느끼는 감동도 있다.
마음을 흔드는 음악을 들으며 몰입되는 순간의 감동,
삶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영화에서 받는 감동도 있다.

그런데,
가끔 눈여겨 바라볼 때의 산과, 풀과 나무들에서 받는 감동은 무어라 말해야 할까.

처음 보는 낙엽이 아니고, 처음 보는 단풍이 아닌데,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그들을 발견하고 눈길을 멈추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음악, 영화, 책 등이 의도된 것이었다면,
이들 풀, 나무, 꽃 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의도한 바 없다.
그저 자신들의 삶을 묵묵히 따르고 있을 뿐.
봄에 싹 나고, 가을에 단풍들고, 낙엽 지우는
어떻게 보면 뻔한 그 주기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 뿐.
카메라를 들고 여기 저기 둘러보다가
문득 가슴이 먹먹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