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 전체에서 한 마디를 꼽으라면 215쪽, 나무 불꽃 중의 '간절한 시선' 이라는 말을 고르겠다. 간절함은 사람으로 하여금 버티게 하는 힘이기도 하고 또 병들게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영혜는 어떤 간절함으로 말미암아, 어떤 간절함으로부터 외면당하였길래 먹기를 거부하고, 식물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나는 이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알아내지 못하였다. 하지만 무엇이 구체적인 원인이었던 간에, 그렇게 변해가는 그녀가 내가 될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해설에도 나와 있듯이, 이런 식으로 일상에서 증발해버리는 수 밖에 없었던, 그것만이 일상에 대한 대처이자 복수가 될수 있었던 그녀의 무색, 무미, 무취성. 그런 것 때문에 그녀로부터 등돌린 그녀의 남편과, 같은 이유로 그녀에게 끌린 다른 한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아내이자 그녀의 언니. 한 인간의 세계는 하나의 우주. 누구로부터 제대로 이해받기를 기대하지 마라. 내가 다른 우주를 그대로 이해한다고 장담하지도 말라.

작가의 부친인 한 승원님의 소설들에서 느껴졌던 토속적이고 서민적인 애잔한 정서와는 다른 분위기이다. 인간의 좌절된 꿈, 상실된 의지, 딛고 일어서는 모습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상처를 드러내 보여준달까. 하긴, 아버지와 같으란 법이 없지만 말이다. 상황, 과정의 묘사는 돋보이지만, 그만큼의 깊이까지는 읽을 수 없는 것이 좀 유감이다.

3여년에 걸쳐 따로 쓰여진 세 편의 중편 소설이 이렇게 함께 엮여 매듭지어질 수 있음은 작가의 탁월한 구성력에서 오는 것인가. 신기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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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행복 2007-11-30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를 창작하는 사람들은 정말 너무 대단하지요?

hnine 2007-11-30 14:54   좋아요 0 | URL
머리 속이 무지 복잡할 것 같아요. 사람을 대할 때에도 무지 복잡하게 분석할 것 같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