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자본주의자 - 자본주의의 변두리에서 발견한 단순하고 완전한 삶
박혜윤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자신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남의 말이나 글의 의미를 따지며 곰곰히 생각하는 만큼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제대로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나의 어떤 결정을 내가 내리고 있나, 아니면 주위에 의해 결정지어지는가.

이 책은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숲속 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고, 물질적 가치에서 벗어난 생활을 칭송하는 책도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든가, 저런 사고 방식이 부럽다고 생각할게 아니라 저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받아들이고 나에게 솔직해질 수 있으면 좋겠고, 작가도 아마 그런 의도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와 저자의 남편 모두 한국에서 신문 기자로 일하다가 저자 먼저 직장을 그만 두고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이주를 하였고 곧 이어 남편도 직장을 그만 두고 미국 생활에 합류를 하였다. 한국에 있는 집을 팔았고, 그 돈으로 미국에서 땅을 구입, 집을 짓고 산다. 미국으로 이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로 가는 대신 이 분의 경우 도시가 아니라는 것뿐, 특별할 것은 없다. 한국에서 직장을 그만 두고 왔으므로 생계수단이 있어야 했고, 저자가 시도한 것은 가지고 있는 땅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었다.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한다. 당연한 일이다. 기자로 일하던 사람들이었으니 글을 써서 투고도 하고 책도 쓰면서 아이 둘을 키우며 살고 있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누구나 알만한 신문사 기자로 일하다가 도시를 벗어난 생활을 하게 된지라 적응이 필요했고 그러는 과정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진게 많은 것이 부자인 것은 맞지만, '무엇을 가져야 하는가'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난한 지 부자인지 잘 모르겠다. 실제로 소득은 극히 적다. 그러나 그 돈으로 사는 데 어려움도 아쉬움도 없다. 돈으로 온갖 시도를 해보았다. 한동안은 '소확행'과 같은 사소한 사치가 좋아 보일 때도 있었고, 극단적으로 소비를 줄여 돈을 모으는 무한도전에 몰두한 적도 있는데, 이제는 그 어느 것에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돈을 아끼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돈이 아껴야 할 그런 소중한 대상인가 싶어진다. (129쪽)


돈이 아껴야 할 그런 소중한 대상인가 싶어진다는 말이 새롭게 들린다. 저자는, 전반적인 소비를 최소화해서 무소유에 가까운 삶을 목표로 하지 않았고 좋게 보지도 않는다. 돈을 쓰며서 또는 쓰지 않고 아끼면서 얻는 것은 행복도 아니고 즐거움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문제는 돈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필요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 안에서 풍요자유를 구할 수 있다. 2달러짜리 물이 지금 이 순간 필요한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통해서 누리고 싶은 기분은 정확하게 무엇인가? (131쪽)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서 필요한 일이고 인간의 자연적인 욕구이기도 하다. 다만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대개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면, 다른 사람들의 욕망에 의해 규정되어 나는 정작 원하지도 않는데 그것을 가지기 위해 현재의 여러 가지를 희생하며 살고 있는 것이라면.


돈으로부터의 자유는 돈을 끝없이 가져서 나의 인간다운 특성으로부터 달아나 완벽한 권력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돈을 아예 버려서 내가 인간으로서 소비하며 느끼는 즐거움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돈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돈을 내가 즐거움을 느끼는 다른 가치로 무한히 전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집 또한 부동산 가치 자체가 아니라 안전한 공간에서의 휴식,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화,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과 같은 가치로 누리는 것처럼 말이다. (148쪽)


소비로 자신을 채우고 사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저자는 그것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정도를 훨씬 넘어서 자기 삶의 철학을 얘기하고 있었다. 


내가 가진 건 자존감이 아니라 적극적인 탐구 끝에 얻은 나에 대한 이해다. 언제, 어떤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지, 무엇이 나를 채워주는지, 어떤 거리감이 좋은지, 나를 아는 만큼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쫓아다니지 않을 수 있다. 시골에 오지 않아도 궁금해하기만 한다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이다. (257)


우리 사회는 획일화된 패턴의 삶에서 조금 벗어나 사는 것 같은 사람을 가만 두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이 많이 읽힌 것은 아닌가 생각하면 아이러니 하기도 하지만, 이제 사회로부터의 그런 기준, 시선, 잣대로 인해 잊고 무시하고 살았을지 모를 나 자신을 들여다봐야 할 때이다. 그러한 사고, 그리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우리는 도시에 살든, 숲속에 살든, 진정 나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 자주 언급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뒤이어 읽고 있다. 오래 전에 읽으려고 시도했다가 몇 페이지 읽고 바로 접어두었던 책이 지금은 마음에 쏙쏙 들어오는 것은 그동안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일까, 내가 그때와 많이 달라졌기 때문일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잉크냄새 2025-12-18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책 <도시인의 월든>도 읽어보면 소로의 <월든>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