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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코드: 더 비기닝
빌 게이츠 지음, 안진환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2월
평점 :
빌 게이츠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한 출판사에서 어린이 대상으로 펴낸 위인 시리즈 책 중에도 빌 게이츠 편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1975년 오랜 친구인 폴 앨런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라는 회사를 설립하여 개인용 컴퓨터시대를 열었고, 이후에는 자신이 축적한 엄청난 부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말라리아 퇴치부터 기후변화 대응까지, 범 지구적 문제 해결에 뛰어 든 자선 사업가이기도 하다. 최근엔 한국을 방문하여 방송 출연도 하고 한국의 발전을 위한 자기의 의견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한 사람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그에 대한 비판의 의견들도 없는 것은 아니나 궁금했다.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도 그러했듯이 그가 자신의 삶에 대해 뭐라고 썼을지.
70세가 된 올해 초 빌 게이츠의 회고록이 출간되었다. <소스 코드> 라는 제목.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기계어로 번역하는 바탕이 되는 프로그램' 이라는 뜻이다.
부모는 물론이고 할머니까지 대학 교육을 받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빌 게이츠는 예상할 수 있듯이 어릴 때부터 똑똑한 아이였고 게임을 즐기는 할머니와 마주 앉아 게임 하기 좋아하는, 좋은 가족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었지만 사회성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보다는 집에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였고, 자기가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대해서는 다른 모든 것을 잊고 거기에 빠져들어 몇 시간이고 보내기 좋아하는 아이였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는 자기의 성격에 대해서 한마디로 말하기를 몰입과 집중이라고 말한다. 장래 희망을 우주 비행사나 과학자라고 적어 내기도 했던 그는 특히 수학에 흥미와 두각을 나타내었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이미 컴퓨터 관련 프로젝트에 뛰어들어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 본격적으로 매달렸다. 취미의 수준을 넘어 전문적인 단계까지 이르자 뜻이 맞는 친구와 함께 회사 비슷한 사업을 이미 고등학교때 시작하였는데, 일단 흥미가 꽂히고 관심이 집중되자 아무 것도 그를 멈추게 할 수 없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수학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생물이나 화학, 역사, 어학에 이르는 다른 과목의 성취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고, 수학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확신을 하게 된다. 대학을 하버드로 진학하면서도 곧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가 올거라는 예상과 함께 그것을 위한 프로그래밍 작업은 멈추지 않고 더욱 매진하게 되어 개인용 컴퓨터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정식 회사를 차리게 되는데 회사 명칭을 마이크로 소프트로 정한다. 마이크로 컴퓨터를 위한 소프트 웨어라는 의미를 담은 명칭이다. 1975년 4월, 그의 나이 20세 때의 일이다.
사업을 수행하느라 학교는 몇 번에 걸쳐 휴학을 해야 했고 단 몇 명의 동료와 함께 사업과 학업 두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감당이 안되는 지경에 이르자 세 번의 휴학 끝에 학교로는 다시 돌아가지 않게 되었다.
그가 개발한 BASIC 이라는 소스 코드 (원시 언어)는 컴퓨터라는 것이 회사나 기업, 연구소 뿐 아니라 개인용, 가정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이 책에는 그 과정이 매우 자세하게 나와 있다. 빌 케이츠의 역사는 곧 마이크로스프트의 역사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다른 데 한눈 팔지 않은 것은 그러겠다는 집념을 가져서라기 보다 그의 관심을 한군데 집중하고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한 수년동안의 시간의 결과이다.
한 분야에 몰두하고 집중하는 그의 성격은 타고난 것일 수 있겠지만 그 성격이 올바른 방향으로 잘 나아갈 수 있도록 지켜보고 격려해주는 것은 가족이 할 수 있는 몫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밀고 나가는 투지력, 집중력을 쏟을 수 있었던 것이 타고난 그의 성격에 더해 그의 성공을 이끈 요소가 된 것이다.
사회 환원과 글로벌 이슈에 대한 관심은 그를 다른 기업가와 다르게 보이게 하는 점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책의 말미에서 그는 자기가 무엇을 이루기 위해 남다른 노력과 능력이 뛰어났다기 보다는 이미 처음부터 갖춰져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읽으면서 내가 느낀 것도 그렇다.
없는 것, 안되는 것을 극복하고 다시 일으키려는 억지스런 노력이라기 보다는, 자기가 가지고 태어난 재능과 관심에 집중하고 몰입한 결과인 것이다.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앞날에 집중하면서 살았다.
어른이 되어 깨달은 경이로운 한 가지는 세월과 배움을 모두 걷어 내고 보면 나라는 존재의 많은 부분이 이미 처음부터 갖춰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러모로 나는 여전히 할머니 댁의 식탁에 앉아 할머니가 패를 돌리길 기다리던 여덟 살 짜리 아이와 같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모든 것을 이해하게 되길 열망하는 어린아이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다.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부모의 기대, 사회 분위기, 다른 사람의 시선, 인기도, 이런 것들을 모두 걷어내고 내가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뒤돌아보지 않고 앞날에 집중하며 살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