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있을 때의 일.
미국 뉴욕에서 공부 중이던 친구가 놀러왔다.  언어학 전공이던 그 친구는 여러 가지로 영국 방문에 의미를 두었던 것 같다. 따로 방학이 없던 나는 그 친구랑 동행하여 여행을 다닐 형편은 못 되었고 그 친구는 학교 기숙사 내 방에서 숙식만 해결하기로 했다.
주말에 인근의 수퍼마켓엘 갔다. 학교에서 별로 멀지 않으므로 우리는 늘 걸어서 다녔다. 이 친구, 가면서 벌써 투덜 투덜..."차 없이 가냐?" 난 그때 차도 없었을 뿐 더러 (영국에 있는 내내 나는 차 없이 지냈다.)있었다 해도 안 가지고 갔을 날씨, 그리고 거리였는데 말이다.

혼자 지내던 내게 먹는 일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이 아니었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마는데 그래도 친구가 왔기에 내 딴에는 면을 삶고 소스를 만들어 스파게티를 해주었더니, 무슨 스파게티 맛이 이러냐고 또 투덜투덜...뭐 맛있는 것 파는데 없냐고 한다. 알다시피 영국은 요리라 할만한 요리가 없는 나라.

결국 스코틀란드와 아일랜드엘 간다면서 내가 있는 곳을 떠났다.
그때 나는 그 친구가 너무하다고 생각 안 했었다. 그냥 비 맞은 기분이랄까...
제목을 저렇게 붙여놓고 보니 우습다.

내가 먼저 한국엘 들어오고 그 친구와 한동안 연락이 안 되었는데 지난 해 우연히 그 친구의 이름을 모 대학 웹 페이지에서 발견. 영어교육과 교수님이 되어 있었다. 그 동안 결혼도 했고...
그 때 일을 그 친구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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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7-09-01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에선 차가 별로 필요없겠던데요???
전 영국을 여행만 해봤는데 미국과 넘 틀리니까,,,그래도 어디든 차가 있으면 편하긴 하겠지만...ㅎㅎ
영국에서 유학하셨구나~. 어쩐지,,,ㅎㅎ
지금은 그냥 집에 계세요??
어쨌든 반가와요, 더.ㅎㅎ
근데 그 친구 ((((좀 싸,,,가,,,지,,,가 없는 친구 같아요~))))

누에 2007-09-15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로만 들었는데 영국엔 정말 먹을 게 없나봐요^^; 그런데 그 스파게티 얻어먹고 싶어지네요.

hnine 2007-09-16 05:35   좋아요 0 | URL
영국은요, 미식가들에겐 지옥입니다. 전 미식가는 아니지만, 감자튀김과 생선 튀김 (Fish and chips라고 불리는)이 대표 음식이라니. 어떤 음식은 너무 짜서 먹고나서 입술 허물이 벗어진 적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