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있을 때의 일.
미국 뉴욕에서 공부 중이던 친구가 놀러왔다. 언어학 전공이던 그 친구는 여러 가지로 영국 방문에 의미를 두었던 것 같다. 따로 방학이 없던 나는 그 친구랑 동행하여 여행을 다닐 형편은 못 되었고 그 친구는 학교 기숙사 내 방에서 숙식만 해결하기로 했다.
주말에 인근의 수퍼마켓엘 갔다. 학교에서 별로 멀지 않으므로 우리는 늘 걸어서 다녔다. 이 친구, 가면서 벌써 투덜 투덜..."차 없이 가냐?" 난 그때 차도 없었을 뿐 더러 (영국에 있는 내내 나는 차 없이 지냈다.)있었다 해도 안 가지고 갔을 날씨, 그리고 거리였는데 말이다.
혼자 지내던 내게 먹는 일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이 아니었다.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마는데 그래도 친구가 왔기에 내 딴에는 면을 삶고 소스를 만들어 스파게티를 해주었더니, 무슨 스파게티 맛이 이러냐고 또 투덜투덜...뭐 맛있는 것 파는데 없냐고 한다. 알다시피 영국은 요리라 할만한 요리가 없는 나라.
결국 스코틀란드와 아일랜드엘 간다면서 내가 있는 곳을 떠났다.
그때 나는 그 친구가 너무하다고 생각 안 했었다. 그냥 비 맞은 기분이랄까...
제목을 저렇게 붙여놓고 보니 우습다.
내가 먼저 한국엘 들어오고 그 친구와 한동안 연락이 안 되었는데 지난 해 우연히 그 친구의 이름을 모 대학 웹 페이지에서 발견. 영어교육과 교수님이 되어 있었다. 그 동안 결혼도 했고...
그 때 일을 그 친구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