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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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foster인 것에 처음부터 마음에 쓰였다.

foster 

: to take care of a child, usually for a limited time, without being the child's legal parent

- Cambridge English Dictionary -

정해진 기간 동안 법적 부모가 아니면서 아이를 돌보는 것

돌봐지는 대상이 되는 아이가 아니라 돌봐주는 일을 하는 사람 쪽에 가까운 의미로 읽혀진다. 우리 말 제목은 맡겨진 소녀, 즉 돌봐지는 대상이 되는 아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읽기 전부터 받는 인상이 약간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왜 다른 제목이 아닌, foster 라고 했을까. 올라와 있는 다른 리뷰들을 읽어보니 대부분 아이 관점에서 이해하고 공감한 것들이 많았다. 우리 말 제목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제는 foster. 작가는 꼭 아이의 관점에만 맞춘 것이 아니라 맡기는 행위와 맡아서 돌보는 행위도 다 포함시켜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표현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매우 독특한 소설이다. 함께 구입한 <이처럼 사소한 것들> 까지 읽고 리뷰를 쓸까 고민하게 만들었다. 이 한 권을 읽고서 생소한 작가 클레어 키건 소설에 대해 소감을 쓸 만큼 충분히 얻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형제 많은 집에 태어나 부모의 충분한 돌봄과 애정을 못받고 자라고 있는 소녀, 가난한 형편에 이미 많은 아이들이 있는데 또 곧 태어날 아이가 있어 손이 모자라는 부부, 아이를 잃는 슬픈 일을 당하고 둘이만 살고 있는 부부. 어느 누구도 풍족하고 만족할 상황이 아니다. 내용 중간에 북아일랜드 분쟁이라는 정치 사회적 상황, 아이의 부모는 물론 이웃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부분이 자주 나온다. 아이의 부모는 당장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 아이들은 줄줄이 딸린데 새로 아이가 태어날 예정이라 아이들을 충분히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킨젤라 아저씨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좀 더 나을지 몰라도 아이를 잃고 마음 한구텅이에 채워지지 않는 구멍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친부모와 살고 있기는 하지만 필요충분한 보살핌과 애정을 받지 못하고 크고 있는 아이의 결핍만큼 크진 않을지 모른다. 이들의 이런 결핍된 상황들이 아이가 킨젤라 부부에게 잠시 맡겨진 동안이나마 일시적으로 채워지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직접 인물들의 감정을 설명하는 대신 주위 상황과 특히 인물의 행동을 통해 그들의 심리를 표현하는 작가의 기법이 뛰어나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아이의 한마디는 몇개의 문장을 대신하고도 남음이 있다.

소설의 인기에 힘잆어 만들어진 영화까지 국제 영화제 후보까지 올라갔다니 길지 않고도 자극적인 사건 없이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요소가 분명히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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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4-03-09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읽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저도 비슷한 느낌이지 싶습니다. 한 권으로
어떤 작가에 대한 느낌을 단정짓는달까요.

이달 말, 독서 모임책이라 다시 읽어 보려
구요.

역시 다시 읽는 것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클레어 키건 작가의 다른 책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만난 두 권의 책 모두 사회에서 소
외당한 이들에 대한 시선에 방점을 찍는 그
런 느낌입니다.

hnine 2024-03-09 09:54   좋아요 1 | URL
네, 그나마 후속으로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읽고 나니 작가에 대해 조금은 감이 잡히는 느낌이어요. 지금까지 낸 작품이 4권 뿐이라니 나머지 두권도 읽어봐야할 것 같아요. 어딘가 다른 작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아요. 스토리 전개에만 중점을 두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