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위로 - 글 쓰는 사람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곽아람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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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아람 조선일보 기자가 대학 졸업한지 이십여년 지난 후 대학교 4년 동안 들었던 수업들을 되돌아보며, 현재의 글쓰는 직업을 이어오는 이십 년 동안 어떤 힘이 되어주고 있는지 되돌아본 책이다.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4년 내내 모범생, 우등생으로서 장학금을 받으며 다녔고 과 수석 졸업을 했다. 학교 밖 경험과 지식 역시 중요한, 기자라는 직업을 이어오면서 학교 다닐때 그런 이력은 자부심이기도 하면서 단점이 되지 않을까 회의적이기도 했다. 소위 우물한 개구리, '너드'의 범주에 갖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 역시 모범생처럼 해가고 있는 자신을 볼때 이것이 과연 나의 직업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생각해보았다고 한다.

이 책은 모범생에 대한 변명이자 '그 많던 모범생들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며, 평생을 모범생으로 살아온 사람의 힘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7)

법학을 전공하기를 바라는 부친의 소망을 등지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라고 생각해서 들어간 고고미술사학과에서 고고학 보다는 미술사학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거기서 안주하지 않고 대학 4년 동안 다른 과를 넘나들며 다양한 외국어, 인문과학 관련 수업을 찾아 열심히 들었다. 유명한 수업은 청강까지 서슴지 않으며 들은 수업 목록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1학년: 미술사 입문, 고고학 입문, 불어, 프랑스 산문 강독, 한문, 동양미술사 입문

2학년: 영시의 이해, 인도미술사, 서양미술사 입문, 중국어, 영미단편소설 강독, 서양문명의 역사,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 민법총칙, 법학개론

3학년: 독일 명작의 이해, 일본미술사, 종교학 개론

4학년: 동양 및 한국 도자사, 심리학 개론, 라틴어, 19세기 미소설

자연계열이었던 나 같은 사람에게 4년 동안 배우는 과목들이 너무나 다름을 새삼 알겠다. 그래서 1,2 학년때 교양과목이라는 것이 개설되어 있는가보다. 

그 과목을 어떻게 듣게 되었는지 (주로 선배들의 권유가 많았다), 그 과목을 어떻게 열심히 공부했는지, 지나고 보니 지금의 직업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그때 맺은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기도 하고, 그때 강의를 해주신 분들을 직장에서 인터뷰나 글을 청탁하기 위해 다시 뵙기도 한다고 한다. 직접 교수님의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읽어보면 종교학 개론이나 독일 명작의 이해 같은 수업처럼 누구의 강의구나 짐작이 가는 것도 있었다.


이런 구성으로 에세이를 한권 낸다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내용도 그 취지에 맞게 적절하게 채워져 있다. 이 책 역시 참 적절하게 모범생다운 책 같은 느낌이라면 저자는 만족할까 서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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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2-27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드란 말이 있군요. 전 처음 듣네요. ㅋ 근데 별이 세개네요. 약간 별로 였나봅니다.

hnine 2023-12-27 13:48   좋아요 1 | URL
‘nerd‘ 라고, 우리말로는 어떻게 옮겨야할지 몰라서요. 모범생, 샌님?
요즘 제가 별점에 좀 진지해져서, 특별히 좋고 싫지 않고 평작 수준이다 하면 별 세개 줍니다. 별로였다는 뜻은 아니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