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많이 안 읽어오던 분야의 책을 좀 읽어볼 요량으로 읽기 시작한 책이 크리스티앙 자크의 장편 역사 소설 람세스 (무려 다섯권 짜리이다), 그리고 로빈 쿡의 의학소설이라는 벡터 (이건 두권 짜리) 이다. 두 권 모두 명실상부한 베스트 셀러라 할 수 있는 책들인데, 읽어갈 수록 나에게는이거 심상치 않다.

우선 람세스. 이집트의 파라오의 둘쨰 아들 람세스가 이런 저런 험난한 경로를 거쳐서 왕의 자리에 오르고 위대한 업적을 쌓기까지. 벌써 끝이 다 정해져 있는 스토리를 다섯권에 걸쳐서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그려놓았는지 몰라도 나는 그 페이지가 그 페이지 같은 것이다. 이건 내가 예전에 삼국지를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
또한 너무나 정형화 되어 있는 성역할이 여기 저기서 불쑥 불쑥 튀어 나와 읽는 나를 거북하게 한다. 성취욕 있는 남자에게 여자는 단지 그 성취 대상의 일부로 그려지는 것. 주체적인 사고와 행동을 가진 인간이라기 보다, 외모에서 결정되는 아름다움과, 남자에게 도움이 될 정도의 지혜와 덕도 갖추면 딱 좋은.

그리고 벡터. 생물학적 무기가 등장한다고 해서 의학소설이라고 이름표를 달게 되었나. 뭐야...또 너무나 뻔한 스토리잖아. 투덜투덜... 병원이나 과학수사 등이 배경이 되는 소설이나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인기는 대단하다. 그런데 나는 차라리 그런 배경을 안고 쓰여진 소설보다는 '병원24시' 같은, 실제 상황 그대로를 다큐 식으로 보여주는 tv프로그램이 더 좋다.
나와는 궁합이 안 맞는 쪽인가보다...라고 생각하고, 자꾸 더 눈길이 가는 저~기 저 책, 서평단에 뽑혀서 받은 '아시아... 어쩌구' 하는 저 책 부터 읽을까나?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