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노의 가르침 (화이트 에디션) - 피보다 진하게 살아라
세이노(SayNo) 지음 / 데이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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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알라딘 서재 카테고리에 보면 내가 만든 생활백서라는 것이 있다. 살면서 몸으로 깨우친 나만의 팁이랄까, 그런 것을 짤막한 문장 몇개로 적어 모아둔 박스이다. 겨우 오십 개도 안되지만, 적어도 나에게만은 소중하게 얻어진 경험들에서 나온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이 경험하고 고생을 해봤다면 더 풍부한 내용일테지만 나는 그리 용기 있는 사람이 못되고, 적극적이고 도전하는 삶을 살아온 편이 아니다보니 이 정도에 그치고 있다. 앞으로 더 확장되려나? 

평소에 생각은 그랬다. 찐으로, 진정성있게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든 생을 마감할 때 쯤이면 책 한권 쓸 만큼의 컨텐츠를 남길 수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고. 읽고 듣고 보아서 채워진 컨텐츠가 아니라 몸으로 겪어서 얻은 인생팁 같은 것 말이다. 보통 사람인 나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 처럼 나보다 살아온 세월도 길고 닥치는 상황마다 몸사리지 않은 경험이 많은 분이라면 남기고 싶고 해주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으랴.


책장을 들춰 첫페이지에 "세이노는 누구인가?"를 읽어보면 700쪽 넘어 두툼하기까지 한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겠다 싶었다. 

필명 '세이노'는 영어 'Say No'를 소리나는 대로 적은 것이며, 현재까지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해 No 라고 말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믿고 있는 것들이라면 편견과 선입견으로 내 머리 속에 자동적으로 들어와 있어 그대로 믿고 따르는 것들을 의미할 것이다. 그것이 나의 삶의 기준이 되고 목적이 되는 삶에 대한 경고라고 할까. 

1955년생인 저자는 45세되던 2000년 부터 본명을 밝히지 않는 대신 '세이노'라는 필명으로 동아일보에 칼럼을 기고하기 시작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2003년에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카페가 만들어졌고 여기에 기고한 글을 기본으로 하고 그밖에 월간지, 주간지에 발표했던 글 일부를 첨가하여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해결하려고 덤벼드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다. 문제는 그대로 남겨둔 채 그 문제로 인하여 생긴 스트레스만을 풀어 버리려고 한다면 원인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 아닌가. 

친구들과 상의하는 짓도 그만두어라. 당신이나 친구들이나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이며 그저 당신 마음 깊은 곳에 있는 답답함에 대한 약간의 위로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어차피 도토리 키 재기 아닌가. (40)


로버트 슐러는 절벽에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일지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떨어지고 있으므로 하늘을 향해 날아 볼 수는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말을 그래서 나는 좋아한다. 절망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런 날갯짓을 할 줄 모른다. (56)


Integrity는, 머릿속에서 옳다고 믿는 생각들과 행동이 엇갈림 없이 하나 된 상태 (189)

이 단어는 평소에 나도 어떤 한 단어의 우리말로 번역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던 단어이다. 세이노는 위와 같이 설명해놓았다.


좋아하는 일이라고 섣불리 하지 마라. 

경제적 가치가 별로 없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것에 행복이 있다고 믿는다면 다음 세 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하여야 한다.

첫째, 그 분야에서 정말 최고 일인자가 되는 길이다.

둘째, 최고가 되지는 못하지만 대부분의 오타쿠처럼 자기만족을 위하여 빠져 사는 길이다.

세째, 다른 길의 일을 통해 경제적 여유를 마련한 뒤 그 돈으로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204) 

첫째 길을 택할 수 있다면 문제될게 없겠지만 극소수의 사람에 해당할 것이고, 대부분 평범한 사람이라면 세째 길을 택해야 하겠지만, 바로 세째 길을 선택하기보다 아마도 첫째, 둘째 길을 거쳐서라는 것이 함정이지만 말이다. 


3세대 부유층에 속한 MZ세대 사람들은 이른바 고생없이 등 따듯하게 자란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고 사고방식이 게임 플레이어에 가깝게 세팅되어 있으며 그런 그들이 부유층이 아닌 다른 MZ세대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추정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저자는 열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그중 몇개만 옮겨본다.)

-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만 자기 기준으로 수행한다. 이를 몇몇 기사에서 '3요 세대'라고도 하는데, "이걸요? 제가요? 왜요?" 한다는 거다. 자기가 생각하는 기준이 옳다고 생각한다.

- 일은 일일 뿐이다. 잡코리아가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며 MZ세대 10명 중 3명은 입사 1년도 안 돼 퇴사하였는데 퇴사 사유1위는 연봉 만이 아니라 '워라밸'불만족이었다. 

- 재미있는 게임을 하듯이 재미있는 직장을 찾는다. 일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자기 역량에 달린 것인데 재미있게 이미 만들어 놓은 게임 같은 직장을 찾는다. 

- 게임에서 점수가 바로바로 올라가듯이 금전적 보상이 즉시즉시 나오기를 바란다.

- 공정을 외치면서도 불공정을 옹호한다. 

- 온라인에서 몇 분이면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 한때는 '인생은 한 번뿐'이라며 삶을 즐기자더니 (YOLO) 이제는 빨리 돈 많이 벌어서 일찍 은퇴하겠단다 (FIRE족). 


MZ세대이지만 부유층 3세대가 아니고 딱히 물려받을 것도 없다면 저들을 절대 따라하지 말고 독자적으로 살아라.  (316)


세이노도 강조했지만 대부분의 MZ세대들은 부유층도 아닐뿐더러 모두 저런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하고 싶지 않다. 개성이 강한 듯 보이지만, 무리 속에 자신을 일체시키고 싶어함으로써 오히려 획일화된 방향으로 쏠려 살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면서 얻는 것이 일체감이 아니라 소외감일까봐 걱정도 되고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위에 예시한 것들이 MZ세대에만 해당한다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 현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그 윗세대들에게도 이미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것들이 아닌지.


포스트모더니즘의 사회 이론가 혹은 본격 하이테크 사회 이론가라 불리는 장 보드리야르는 이미 30여년 전에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광고, 매스 미디어, 에로티시즘, 레저, 가제트 (아이디어 상품) 등이 약속하는 풍요롭고 자유로운 행복한 삶은 거짓 신화에 지나지 않으나 현대인은 그 신화를 믿고 자신의 영혼을 팔아 버리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소비자가 소비하는 것은 더 이상 물건의 사용 가치가 아니라 광고와 텔레비전 등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는 그 상품의 사회적 이미지이며 현대인은 그러한 이미지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복한 때에도, 불행한 때에도 인간이 자신의 모습과 마주 대하던 장소였던 거울은 사라지고, 그 대신에 쇼윈도가 출현했다."라고 그는 지적하였다. (374)


고개 끄덕이며 읽은 부분이 많았지만 그보다 내가 이책에서 더 의미를 찾은 것은, 세이노가 말하는 가르침대로 살자는 것보다는 정작 다른데 있다. 이렇게 자신있게 자신의 인생사용설명서를 묶을 수 있도록 진하게, 자신이 믿는 삶을 꽉 채워 살고 싶은 것이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똑같이 주어졌고 누구의 삶도 같은 삶은 없으며 소중하지 않은 삶이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하는 삶은 정말 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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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3-11-17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완독하지 못한 책이에요. 경제와 부 관련의 책인데도 의외로 배울 점이 많아 완독할 계획입니다.
술술 읽히고 재밌는 것은 이 책의 장점이죠.
따라하는 삶을 살기엔 우리 인생이 아깝지요. 아마 점점 개성적으로 사는 이들이 많아질 것 같아요. 비혼들도 늘고 있고 말이죠.

hnine 2023-11-19 09:45   좋아요 1 | URL
읽어볼만해요. 글로 얻은 지혜가 아니라 몸으로 직접 겪은 사람이 하는 말은 더 귀 기울이게 되더라고요. 이분 얼굴은 공개를 안해서 모르지만 이 책 읽고 검색해보다가 어느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여 인터뷰하는 장면은 봤어요. 목소리도 듣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