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1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1
김정선 지음 / 포도밭출판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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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나와있는 수많은 책들. 살아있는 동안 아무리 부지런히 읽어도 그 중 아주 일부에 지나지 않을테니, 책을 만난다는 말보다 '마주친다, 스친다' 라고 표현하는게 이해 되기도 한다. 그 많은 책들 중 몇권을 선별해서 그것들에 대해 책을 썼다니, 읽는 사람 입장에서 반가고 어떤 책을 골랐을까 하는 것부터 어떻게 읽었을까 하는 것 까지, 관심이 가게 마련이다. 그 중에 내가 읽은 책이 나오면 물론 반갑고, 내가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한 부분은 그런 책들대로 더 호기심과 궁금증을 준다.

읽은 책을 주제로 기존에 나와 있는 책들 역시 많지만 내가 읽은 것들을 기억나는대로 추려보니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이번에 읽은 책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1>은 제목이 솔직하고 꾸밈없어 더 눈에 들어왔다. 나 역시 기회될때마다 세계문학전집을 조금씩 사서 모으기 시작한지 몇년 되다 보니 더 관심이 갔다.

책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은 하루 종일 다른 일 안하고 책만 읽고 살 수 있는 생활을 꿈꾸곤 한다. 그런 날이 어서 오기를 고대하면서. 위의 세 저자들은 그런 경우는 아니었다. 한 저자는 직업이 번역가이고 틈틈히 읽은 책들 중 고전을 골라서 책을 엮었고 ('살면서 마주 한 고전'), 다른 저자는 중년에 이르러 꿈찾기의 돌파구로 독서를 한 경험을 책으로 썼으며 ('책만 읽어도 된다') 또 한 저자는 친 언니를 잃고서 정신적인 공허를 달래고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하루에 한권씩 책을 읽기로 하고 그 기록을 책으로 엮었다 ('혼자 책 읽는 시간').

이 책의 저자의 경우는 좀 다르다. 생계 수단으로 해오던 일을 건강문제로 접어야했고 그렇게 주어진 시간의 공백을 책 읽기로 채우기로 한다. 예전 부터 하고 싶어 마음 속에 담고만 있던, 세계 문학 전집 쌓아놓고 한권씩 읽어나가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2020년에서 2021년에 걸쳐 아홉달 동안 읽은 백권의 책을 읽은 기록을 이 책에 모아놓았다.

책 제목과 출판사, 그리고 한 단락 정도의 대표 구절을 시작으로 하여, 그 책을 읽을 즈음의 본인 근황과 심경을 간단하게 밝히고, 책 줄거리는 비교적 자세하게 적어놓았다. 그리고 책에 대한 소감으로 마무리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책 감상글이랄 수 있는데 저자만의 독특한 감상과 소감이 들어가 있는 경우도 많이 눈에 띄었다.

예를 들면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를 <폭풍의 언덕>의 남주인공 히스클리프의 미국 버전으로 비교한 점,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가면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이다.

가면을 쓰는 것에 부정적인 사람들은 가면 뒤에 참다운 나가 있다고 믿는 듯하다. 과연 그럴까? 외려 가면이야말로 가면 뒤에 숨어서 온갖 사회적 시선을 피하고 있는 바로 그 '참다운 나'를 대신해 그 모든 걸 다 받아내는 존재 아닐까? (65쪽)

가면이 일반화되어 있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인정하고, 가면이 필요한 이유, 가면의 의미를 나의 일부로 보는 시각이 새로왔다. 

줄거리를 차근차근, 자세히 설명해놓은 것은 좋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그것이 내가 읽은 책이라면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주어 좋았지만 읽지 않은 책의 경우엔 책에 대한 소개 정도로 따라가며 읽기에 좀 긴 분량이 되더라는건 순전히 개인적 소감일 수 있겠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을 줄거리를 한번 읽는다고 내용이 파악되긴 어려울 것이고 그러다보니 자세한 줄거리를 따라 읽는 동안 자칫 지루해질 수 있고 글자만 읽어넘기게 되더라는 것이다. 저자의 친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를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작품이라며 조지 오웰의 다른 작품보다 먼저 읽히기를 바란다는 점에는 공감하며 흐뭇했다. 저자가 읽은 소설 가운데 가장 고급스럽고 고상한 소설에 속한다는, 그래서 흥미로우면서도 한편 불편하기도 하다는 헨리 제임스의 소설 <나사의 회전>도 어서 읽어보고 싶다. 

같은 제목으로 <세계 문학 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2>도 나와있고 3권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막상 책만 읽어도 되는 여유가 생기고 나니, 책 읽는 것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아 투덜대곤 하는 나 자신에 대해 잠시 반성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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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10-24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인 님 리뷰 읽으려니 제가 이걸 장바구니에 담아놓기만 하고 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사야지 싶어집니다.
저는 작가가 소개하는 책 줄거리를 읽는 것도 좋을것 같아요. 근황과 심경도 적어두었다 하셨는데, 아무래도 어느 상태에서 언제 읽느냐가 감상에 영향을 많이 미칠거라고 생각됩니다. 저도 읽어볼래요.

hnine 2023-10-25 00:47   좋아요 0 | URL
저자의 근황을 쓰려면 주위 다른 사람들을 언급할 수 밖에 없어서 근황은 아주 간단하게만 쓰셨어요. 타인에 대한 세심한 배려이겠지요.
같은 작품이라도 어느 상태에서 언제 읽느냐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적잖이 영향을 미친다는데 동감입니다. 이 책 저자도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데 이렇게 느낌이 다를 수 있나 하는 언급을 한 작품이 몇개 되더군요.
다락방님의 독후 소감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