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아이 - 네가 내게로 와주어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스물한 명 엄마들의 이야기
김점선.김별아 외 지음 / 샘터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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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아이가 태어나는 날, 새로운 두 생명이 동시에 탄생한다. 이제 처음 스스로 호흡을 시작하는 어린 생명체와, 그 생명체를 탄생시키면서 '엄마'라는 이름을 달게 되는 또 하나의 존재, 이렇게 두 생명의 탄생이라고 본다. 엄마라는 존재는 그 이전의 어떤 삶과도 동일할 수 없는 존재. 기쁘고 보람있는 일보다, 가슴을 쓸어내리고 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경험도 마다할 수 없이, 기꺼이 짊어지고 가야하는 평생의 과업이 주어진다.

아이를 낳아본 엄마들이라면 첫아이에 대한 경험은 모두 각별하다. 그때부터 나름대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으니 어찌 각별하지 않으랴. 하지만 많은 경우, 나의 경험은 더 각별하게 생각되는 법인가보다. 특별히 더 어렵고 힘든 가시밭길을 걸었다고 여겨지며,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혼자 마음에 사연을 쌓아가나보다.

이 책에 저자로 참여한 스물 한명의 엄마들만의 이야기를 읽어봐도 어느 누구도 사연없이 엄마된 사람이 없다. 다른 환자의 생명을 구하려고 무리한 결과 두번의 유산을 겪어야했던 의사 김혜남, 뇌성마비의 몸으로 박사학위를 마치고 당당하게 아이도 키워내는 정유선,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 배형진 군의 엄마 박미경, 불현듯 아이를 낳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려고 노력한 화가 김점선, 가슴으로 낳은 아이가 희귀병에 걸려 자신을 태워서라도 살려내려 노력하는 엄마 강옥희 등, 아이 엄마이면 누구나 겪었을 과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의 경험도 대수로울 수 없음을, 직업과 신분에 관련없이 겪어가는 과정임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읽었다.  

모든 저자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도 함께 큰다는 말인 것 같다. '팔길이 사랑'이라는 좋은 말을 배웠다. 자식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우리나라 부모들에게 교육학자들이 '팔길이만큼 떼어놓고 길러라'고 한데서 나온 말이라는데, 품 안에 가두지 않는 사랑을 뜻한면서 동시에 아이가 휘청거릴 땐 손을 뻗쳐 잡아 줄 수 있는 거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실제로 이 책에 참여한 저자 여럿이 이런 사랑을 실천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가슴으로 낳은 아이, 즉 입양으로 키우는 아이에게 출생에 대해 설명을 해줄 때가 되자, 아이에게 눈을 감고 다양한 색상의 연필 중 한 자루를 고르게 하고, 또 눈을 뜨고도 골라보게 하여, 눈을 감고는 아무거나 고르게 되지만 눈을 뜨고 고를 때는 내 맘에 드는 걸 고를 수 있다고 말해주며, 엄마는 눈을 감고 너를 선택한 것이 아니고 '눈을 뜨고' 너를 선택했다고 설명해주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나는 과연 세월이 더 흐른 후 나의 첫아이에 대해 어떤 글을 쓸수 있을지. 후회와 아쉬움보다는 보람과 행복으로 추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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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7-08-09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저도 이다음에 내아이가 자랐을때 행복햇다 참 잘키웠다 라고 추억하기를 희망합니다,

hnine 2007-08-09 23:19   좋아요 0 | URL
모든 엄마들의 소망이겠지요.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