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데리코 라피넬리의 첫사랑 ink books 7
안톤 소야 지음, 옥사나 바투리나 그림, 허은 옮김 / 써네스트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원제가 이렇다. "Правдивая история Федерико Рафинелли/Батурина, Оксана"

영어로 번역된 제목도 나와있지 않다. youtube에 올라와있는 영상이 있는데 자막 한줄 없고 그야말로 그림으로만 되어 있다.


--> https://youtu.be/pG2xsUTsxvY


국내 다른 도서 사이트를 찾아보아도 리뷰 올라와있는 곳이 없고 유일하게 여기 알라딘에 서곡님께서 올리신 리뷰만 있을 뿐이다. 호기심 잔뜩 안고 읽기 시작.


저자 안톤 소야는 1967년 러시아 레닌그라드 (지금의 상트페테르브르크) 태생으로, 원래 출판사에서 편집자와 작사가 일을 하다가 마흔 되던 해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선 아마 이 책이 처음 소개되는 안톤 소야의 소설이 아닐까 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서커스단 부모 밑에서 태어난 열다섯살 소년 페데리코. 태어날때부터 넘어지는게 특기였다는 부모의 주장에 따라 서커스에서 주로 넘어지는 행동으로 관객들을 웃기고 있다. 

"세상에 우리 페데리코 만큼 재미있게 넘어질 줄 아는 사람은 없어요. 그 애는 서커스를 위해 태어났답니다." 

그의 부모는 자랑스럽게 말했고,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점점 더 새롭고 정교하게 넘어지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15쪽)

페테리코 자신은 넘어지는 것이 아프고 창피하고 화가 났지만 서커스단에서 자기의 존재를 유지하는 것은 오로지 그 일뿐이라 생각하며 참고 견딘다. 그러던 어느 날 모두가 그의 넘어지는 행동을 보고 웃고 즐거워할때 관객 중에 있던 한 소녀가 넘어진 페데리코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며 자기 이름을 소개하는 일이 일어난다. 한 쪽 눈에 검은 안대를 하고 있는 이 소녀는 마을에서 과일 장수를 하는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고 이상한 행색때문에 마녀라는 소문이 나있는 '나쟈'라는 소녀였다. 페데리코와 나쟈는 자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또 들어주며 친해지게 되고 헤어지기 싫어진 페데리코는 나쟈를 자기 서커스단에 데리고 가서 소개시키고 싶어한다. 서커스단에 막상 가본 나쟈는 서커스단의 해괴하고 쌀쌀맞은 분위기에 질려서 바로 떠나기로 한다. 서운한 페데리코, 나쟈를 껴안고 말한다.

"네가 보고 싶을 거야, 나쟈! 벌써 보고 싶어지기 시작했어. 느껴지니?"

"우리는 이렇게 되고 말았구나, 페쟈. 미안해, 이렇게 바보 같이 되어버려서.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난 그런 서커스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어. 그건 정말로 미친 짓이야. 심지어 나에게조차도. "  (77쪽)

나쟈 역시 페데리코와 헤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페쟈의 커다란 빨간 코에 입을 맞춘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이 바로 이 장면이다. 그러자 페데리코 눈에서는 뜻하지 않게 눈물이 솟아 오르고 그들을 둘러싼 세상은 사라져버렸다. 끝없는 우주 속에서 두 명의 작은 사람이 서로 끌어안고 서 있을 뿐이었다. 헤어지기 싫어서.

그러다가 이들을 훼방놓으려던 불량배 롭을 상대하여 싸우게 되고, 난쟁이 괴물이라고 알려져 있는 룸펠슈틸츠헨(Rumpelstilzchen, 원래 독일 민화에 나오는 난쟁이)까지 만나게 되는데 괴물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 난쟁이들과의 만남에서 페데리코와 나쟈는 오히려 새로운 반전의 기회를 찾는다. 이야기의 결말은 시작과 매우 다른 분위기로 맺게 된다.


동화, 민화, 전설 같은 이야기, 독특한 그림이 배경으로 뒷받침을 해주고 있고 괴물, 악당을 상대해가는 환상적인 모험의 과정등, 잘 알려진 작가 겸 영화 감독 팀 버튼을 연상한 것은 나뿐만은 아닐 것 같다. 


독특한 구성,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여러 가지 메시지를 간추려본다.

1. 넘어지는 사람을 보고 즐거워 하는 대중들과 그것을 알면서 넘어지는 역할을 감수하는 사람이 있다. 서커스장은 다름 아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닮았다.

2.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끼리 마음을 열고 공포스런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으려면 서로에 대한 사랑과 닫힌 마음의 빗장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

3. 부모가 항상 최선의 사랑을 제공하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때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가족보다 더 끈끈한 관계를 이룰 수도 있다. 


그림을 그린 옥사나 바투리나는 러시아의 일러스트레이터로서 2019년 이 작품으로 모스크바 국제 일러스트레이션 및 도서디자인 공모전인 Image of the book 에서 수상하였다.


갈수록 읽는 책의 분야가 제한적이고 중복적인데 이 책은 신선한 아웃라이어 같은 책이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곡 2023-06-05 17: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이라 반가워서 들어와 보니 제가 언급되어 있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말씀대로 신선한 책이었습니다 네 저도 페이퍼에 적었어요 팀 버튼 생각난다고 ㅋㅋ

hnine 2023-06-05 22:46   좋아요 1 | URL
서곡님 덕분에 알게 된 책이라서 안그래도 감사드리고 싶었어요.
늘 읽는 책들만 읽게 되고 요즘은 새로 책 검색하는 것도 귀찮아 집에 있는 문학전집 중에서 한권씩 읽어나가고 있는데 모처럼 독특한 구성의 책을 읽게 되는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서곡 2023-06-05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답글 감사합니다 제 경우 도서관 신간으로 접한 책인데요 저는 이 책에 나온 룸펠슈틸츠헨에 꽂혀서 그림동화를 조금씩 생각날 때마다 읽고 있습니다 새로운 가지치기랄까요...안녕히 주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