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영이의 이슬람 여행 - 세계사에서 숨은그림 찾기
정다영 지음 / 창비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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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생활을 하던 시절, 남학생 여학생 기숙사가 따로 없고 한 건물에 남녀 학생이 같이 쓰도록 되어있는 학교 기숙사에서 한 동만 예외로 두고 있었으니  바로 이슬람권 국가에서 온 여학생들을 위한 것이었다. 우연히 그 건물에서 같이 지내게 된 1년 동안 무슬림의 생활 습관이라든지 문화에 대해 약간은 알게 되었고 우리에게 많이 생소한 이슬람 문화와 역사에 대해 알고 싶은 궁금증이 생겼었다. 그 기억을 되살리며, 또 역사나 문화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이렇게 기행문의 형식을 띄고 있는 것이 부담이 없고,  고등학교 2학년 생의 눈으로 보고 느낀 글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전문가가 쓴 글보다 더 끌렸다고 말해야겠다.

이 책은 2002년 겨울,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저자가 가족들과 함께 지중해에 인접한 이슬람 국가인 팔레스타인, 요르단, 터키, 이집트 등을 여행하고 기록한 글이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과의 분쟁으로 한시도 잠잠할 날이 없는 곳. 살던 터전을 한순간에 빼앗기고 다른 나라가 되어버린 자기들 땅의 한쪽 지역에 자치구를 이루어 이스라엘 군인들의 경계 속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이들의 마음 속에 미국에 대한 증오는 아주 깊이 박혀 있다. 이곳에서 만난 팔레스타인 사람과 우연히 나누게 된 대화에서 저자가 이런 사실을 처음 알고 당황하여 미국이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반박하는 모습을 보며 아마 대부분의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같은 반응을 보이겠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팔레스타인에 와서 몇 년째 평화봉사단으로 일하고 있는 미국인을 만나 그들의 소신을 들어보며, 판단하는 안목을 스스로 길러가는 모습이 참 바람직해 보였다. 유대인은 누구인가, 또 한 뿌리에서 나온 두 형제, 이슬람교와 유대교에 대해서, 팔레스타인 독립과 이스라엘 건국에 얽혀 자국의 이권 중심으로 결정해버린 강대국들의 여러 조약들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는데, 이미 저자가 이 여행 전에도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수 있었다.
왕과 여왕이 있는 나라 요르단은 아라비아의 로렌스로 유명한, 실리외교를 펼쳐온 나라. 이 장에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선입견을 바로 잡아 주는 내용을 포함해서 저자가 알고 또 본 대로 이슬람 교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해주고 있다. 요르단의 '페트라'라는 도시의 트레저리라는, 협곡끝에 펼쳐지는 장미빛 바위 조각 건물은 저자가 강추, 강추라며 감탄한 곳. 꼭 한번 가보고 싶다.
터키편에서는 터키의 역사를 소개하면서 비잔틴, 셀주크투르크족, 오스만투르크족, 그리스정교, 헬레니즘 문화, 등등 이어지는 설명에, 중학교 2학년 이후로 세계사 과목을 배워 본 적이 없는 이 무식함을 절절이 느껴야 했다. '콘스탄티노플=비잔티움=이스탄불' 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비잔틴 제국이 곧 동로마 제국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터키라는 나라의 매력은 많이 들어 알고 있는 대로 동서양의 문화가 묘하게 어우러진 곳이며, 이슬람권이긴 하지만 무늬만 이슬람이라고 할 정도로 엄격하지 않은 나라인데, 유명한 성 소피아 성당은 건축을 하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꼭 들러보는 곳이다. 터키는 히타이트 문명의 발상지로 유명한 곳인데 우리 교과서에 거의 조명되어 있지 않은 것이 유감이란다. 마지막으로 이집트 여행의 중점은 역시 피라미드. 피라미드 건립의 배경이 되는 역사와 이집트 사람들의 내세관, 신화 등이 소개 되어 있는데 저자가 중학교때 읽었다는 '람세스'이야기가 여기 저기 인용되고 있어, 겸사겸사 읽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 것은 당연하다. 자그마치 다섯권이라지만.

읽는 동안 나의 느낌도 그러했고, 에필로그에서 저자도 말한다. 약소국에 대한 강대국의 지배 논리는 정치 뿐 아니라 역사, 문화, 어디에서든지 나타나서, 우리가 그나마 배워오고 있는 역사도 얼마나 서구 중심의 역사인가 하는 것이다. 여행의 경험이 준 선물은 내가 살던 세상이 전부가 아니고 내가 알던 사실이 꼭 진실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것이라고 (232쪽).

책의 마지막 장에 여행 전후에 읽은 책들 리스트의 19권의 책들이 끝까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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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7-31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이슬람문화권이..왠지..무섭게 다가옵니다..
대학시절 정치학교수님 말씀이 생각나요...강대국이 지배를 위해 가장 먼저 던지는 카드가 '스포츠'라구,,,스포츠를 통해서 시도하는 접근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더운 날씨에 잘 지내시지요??님..
늘 행복하고 건강하세요!!

hnine 2007-08-02 09:00   좋아요 0 | URL
이슬람 문화권이 무섭기보다는 인간의 바뀌지 않는 신념의 옷을 입고 있는 그 무엇이 저는 더 무섭습니다.
더위에 맥 못추고 지낸답니다. 바쁜 일 잘 마무리하시고 자주 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