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투어
앤디 왓슨 지음, 김모 옮김 / 이숲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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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만화가이자 작가인 앤디 왓슨의 그래픽 노블이다.

읽기 시작하여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바로 카프카의 작품 '소송'이 떠올랐다.









어느 날 갑자기 영문도 모른채 내가 계획한 것과 전혀 다르게, 전혀 이해되지 않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어 간다. 주인공도 모르고 읽는 독자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며 페이지를 넘겨간다. 

앤디 왓슨의 이 책에서 주인공은 별로 유명하지 않은 인디 소설 작가 프렛웰. 새 소설이 출간되고 이 책을 홍보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북 투어를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범죄와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그가 만났던 사람들이 다음 날 죽어서 발견되는 일이 일어나고 이런 이유로 주인공은 영문도 모른채 경찰의 조사를 받기도 하고 추적을 받기도 하며 이야기는 점점 오리무중으로 빠진다. 우연의 일치인가?이 책에서 앤디 왓슨이 새로 낸 소설의 제목이 <사라진 K>인데, 카프카의 소설 <소송>의 주인공 이름도 K이다.


이하는 책을 읽고난 나의 순전히 주관적인 느낌과 해석이다.

이 책의 주인공 프렛웰의 모습에서 작가로서 사는 삶이 늘 계획만큼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하고 있는 이 책의 저자 앤디 왓슨 자신의 모습을 어느 정도 투영했다고 보여지는 것이다. 작가는 열과 성을 다해 책을 만들어 이 세상에 내어놓지만 항상 대중들로부터 그만큼의 인정을 받고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자기를 작가로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책 사인회에 참석하지만 독자가 한 사람도 안나타나기도 한다. 세상은 작가로 발돋움할때 상상하던 그런 세상이 아니다. 내가 하는 말을 다른 사람들은 못 알아듣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을 나도 금방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어나가게 된다. 이 세상 자체가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돌아간다.

어쩌면 작가라는 직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좀 과장해서 말한다면 이 세상과 이 세상 사람들과의 소통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인생은 계획한대로 흘러가는 법이 없다. 책 속에서 주인공은 약속된 북투어를 가느라 가족과 잠시 떨어져 있게 되면서 밤마다 가족과 전화 통화를 시도하지만 한번도 제대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각자의 관심사가 다르고 하고 싶은 말과 듣고 싶은 말이 다르다. 세상은 나를 그들이 보고 싶은 방식으로 본다. 내가 나를 규정짓는 타이틀은 작가이지만 세상 사람들은 때로 나를 도둑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살인자로 보기도 한다. 내가 모르는 일을 했다고 하고 내가 모르는 의도를 가졌다고 단정하기도 한다 (카프카의 불합리?)


또 이런 식으로도 생각해보았다. 작가들의 직업이란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직업이기 때문에 늘 무언가 있을 수 있는 상황들을 머리 속에서 그려보며 살지 않을까? 북투어란 것은 요즘 흔하게 있는 행사이고 작가들이라면 한번씩은 다 해봤을 것 같은 일정이다. 그렇지만 의외로 북투어와 작가 사인회를 앞두고서 긴장과 불안의 시간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내 책이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면? 사인회에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서점에서 내 책이 한권도 팔리지 않는다면? 그런 생각에서만 그치면 작가의 자격이 없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이 세상은 나의 계획대로, 예상한대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상황을 극대화 시켜 갑자기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기도 하고, 분명이 내가 아님에도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는, 그런 상황 (바로 카프카의 소송에서 K가 그랬던 것처럼)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 책의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독특한 내용과 메시지로 오랜만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책이다. 이 책을 다 읽고서 나도 이런 저런 해석을 븥여보느라 작가의 세계를 잠시 흉내내보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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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2023-03-2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h9 님 글 읽고 아마존에서 이 책,
<The Book Tour> 찾아보니
지금 Kindle Unlimited 로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download 받았습니다.

다들 Cartooning Kafka,
comic version of <The Trial> and <The Castle> 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알라딘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 했던 책,
알게되면 괜히 뿌듯해집니다.

hnine 2023-03-21 13:57   좋아요 1 | URL
엇! 그런가요? 제가 워낙 카프카의 <The trial>을 인상깊게 읽었기 때문에 저 혼자 넘겨짚은건 아닌가 조심스러워했는데 다행이다 싶고 기쁘기도 하네요.
저도 알라딘 서재에서 다른 분 리뷰 보고 어딘지 끌리는데가 있어 바로 주문해서 읽었어요. 금방 읽혀지더라고요.
읽다보니 저는 이 책의 내용과 더불어 이 책의 작가에 대해서도 궁금해지던데요. 어떤 계기로 이 책을 구성하게 되었을까? 영국 작가면서 왜 처음에 프랑스어로 출판하게 되었을까? 하는 것 까지요.

근래에 Jeremy님 서재에서 단어 정리해놓으신 것 훑어 읽는 재미가 쏠쏠해요. 왜 제가 공부하는 것보다 다른 분이 애써서 정리해놓은 것 읽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고 머리에 잘 들어오는 것일까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