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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ㅣ 민족사에서 펴낸 선물용 경전
석지현 옮김 / 민족사 / 2016년 12월
평점 :
양산 통도사에 꽃구경 다녀 왔다.
기념품 파는 곳에서 두 권의 책을 사가지고 왔는데 법구경은 동생 주려고 샀고, 다른 한 권 '선가귀감' 은 남편이 읽어보라고 권해서 샀다.
그중 동생 주려고 샀던 책을 집으로 돌아오는 세시간 여 동안 다 읽었다.
오래 전에 법정 스님께서 풀어쓰신 법구경을 읽은 적이 있다.
이십년도 더 지난 일이다.
법구경은 워낙 많이 알려진 책이어서 인용되는 구절도 많고 그중 어느 구절은 예전에 가요의 가사로 만들어진 적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 다시 읽었다.
금방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쉬운 말로 쓰였다는 뜻이고, 새삼스런 내용 대신 모두가 다 아는 내용이라는 뜻일 것이다.
미움은 미움으로 정복되지 않나니
미움은 오직 사랑으로써만 정복되나니
이것은 영원한 진리이다.
-제1장 오늘 (쌍서품 雙敍品) 중-
사랑은 종교를 막론하고 진리가 맞나 보다.
명상의 실습과 굳은 의지력,
그리고 강력한 정신력이 있는 그들은
마침내 저 진리의 절정인
'니르바나(열반)'에 이르게 된다.
-제2장 깨어있음 (방일품 放逸品) 중-
아마 법구경에서 빈도수 가장 높은 단어 중 하나가 '니르바나'가 아닐까.
니르바나. '열반'이라고 번역되어, 곧바로 죽음을 연상하게 만드는 이 말은 정확하게는 깨달은 상태, 번뇌의 불길이 꺼진 상태를 의미한다.
잠 못 드는 사람에겐 기나긴 밤이여,
지친 나그네에겐 머나먼 이 길이여,
불멸의 길을 찾지 못한
저 어리석은 이에겐
너무나 길고 지겨운 이 삶이여.
이 삶의 기나긴 여행길에서
나보다 나은 이나
나와 동등한 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외롭지만 차라리 홀로 가라.
저 어리석은 자는 결코
그대의 여행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것은 내 아들이다.
이것은 내 재산이다.
어리석은 이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대 자신조차도
그대의 것이 아닐진대
여기 누구의 아들이며
누구의 재산이란 말인가.
- 제5장 어리석은 이 (우암품 愚闇品) 중 -
법구경은 1965년에 처음 우리말로 번역되어 소개된 이후 여러 번 다른 이의 번역과 해설로 재출판 되어 왔다.
법구경의 원래 이름은 <담마파다>, 진리의 언어라는 뜻.
전 26장 423편의 시구로 되어 있다.
서양의 언어로 가장 많이 번역된 불교 경전,
이번에 다시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어온 시편은 다음 두 편이었다.
이 모든 것은
결과적으로 고뇌다.
이 이치를 깨달은 이는
고뇌와 슬픔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리니
이는 영혼의 순결에 이르는 길이다.
이 모든 사물에는
불변의 실체가 없다
이 이치를 깨달은 이는
고뇌와 슬픔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리니
이는 영혼의 순결에 이르는 길이다.
-제20장 진리의 길 (도행품 道行品) 중-
'모든 것은 고뇌다, 모든 사물에는 실체가 없다.'
언뜻 생각하면 부정적이고 회의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근본으로써 인정하고 나면 대부분의 다른 현상들을 받아들이는데 훨씬 수월해짐을 느낀다.
언제 무슨 계기로 나는 이 법구경을 다시 읽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