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손들

                                         주 선미

잠 덜 깬 버스 한 대가
잠 덜 깬 사람들 앞에
눈치도 없이 다가와 덜커덩 멈춘다
해와 교대할 시간만 기다리는
출근길 새벽달이 지쳐 보인다

사람들이 다투어 올라타고
다투어 자리를 찾은 손들이
동그란 수갑에 벌서듯 매달린다

돋은 핏줄이 손등마다 얽히고
이를 악물고 있는 손톱들은
새벽달처럼 새하얗게 질려
잠 덜 깬 몸들을 매달고 있다

매달린 몸 뒤틀려도
생활의 중심을 찾아
삶의 무게를 한 손에 쥐고 있는
땀 젖은 손이 저리다

------------------------------------

 쪽지에 적혀 수첩 표지 안쪽에 언제부터인가 끼워져 있는 시인데
어디서 보고 적어 놓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떤 기분으로 베껴 적었을지는 짐작이 가지만...
오늘 아침에도 일터를 향해 나갈 사람들, 혹은 이미 향하고 있는 사람들.
생활의 한복판에 있는 사람들...
뭔가 따뜻한 말이라도 건네고 싶은 아침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홍수맘 2007-07-13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쏘는 듯한 느낌, 씁쓸한 느낌..
에휴 어렵다.

hnine 2007-07-13 17:52   좋아요 0 | URL
덜 깬 잠 기운 속에 출근하는 것이 고역이기도 하겠지만, 저렇게 출근할 수 있는 일터가 있는 사람을 부러워 하는 사람도 있고...세상은 그런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