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말만 들었지 직접 시청을 해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모 방송국의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 말이다. 우연히 오늘 보게 된 가족은, 일곱살, 네살, 또 갓난쟁이, 이렇게 아이 셋을 둔 전업 주부 엄마와 아빠, 이렇게 다섯 식구. 문제는 네 살 짜리 여자 아이 은혜이다. 떼가 무척 심하여 목놓아 울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자기의 뜻대로 안 될 때는 바닥에 머리를 쿵 쿵 박는 자해 행위도 서슴치 않는다. 먹을 것에 대한 집착이 심하여, 엄마가 꺼내주지 않아도 싱크대로 기어 올라가 수납장에서 아무것이나 꺼내 먹거나, 냉장고에서 손에 닿는 것은 (심지어 케첩까지도) 다 먹으려고 한다. 엄마가 잠시 안 보고 있는 사이에 칼을 가지고 무언가를 (먹을 것이었던것 같다) 자르려고 하다가 뒤늦게 발견한 엄마에게 매를 맞고 또 뒤집어 지며 울고 소리지르고 머리 박고... 은혜의 얼굴은 눈물 범벅에, 피부는 이미 아토피가 심각한 상태로 진전되어 있었다. 가려우니까 계속 긁게 되고, 엄마는 긁지말라고 야단치고, 방에 가두기 까지 하면서 못 긁게 하지만, 은혜는 참을 수 없으니 나중엔 뾰족한 볼펜으로 자기 피부를 긁기까지 하며, 옷이 다으면 더 가려우니 자꾸 옷을 벗어 던진다. 억지로 옷을 입히려는 엄마...
TV화면에서 도저히 눈을 뗄수 없었다. 우리 나이로 네살이라지만 이제 겨우 32개월 아이 은혜. 엄마의 보살핌과 애정이 아직 필요한 때이다. 몸은 가렵고, 엄마는 야단치고 못하게 하고 소리 지르고...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우는 은혜가 이해가 된다. 한편, 갓난쟁이 등에 업고, 일곱살, 네살 아이들 혼자 돌보는 엄마의 스트레스도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매일 늦게 퇴근하는 남편, 주말에도 컴퓨터 앞에서 떠날 줄 모르는 남편. 세 아이를 목욕시키며 좀 도와 달라는 아내의 말에 그저 "잠깐만~"이라는 말로 시간을 끈채 시선은 컴퓨터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이때 엄마에게 달라붙는 은혜에게 엄마는 저리 가라고 소리 지르고.
육아전문가는 말한다. 엄마가 세아이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육아 상식이 부족하다고. "나는 나름대로 잘 해보려고 했는데..." 라고 힘없이 말하며 결국 눈물을 보이는 엄마.

여러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아이도, 엄마도, 아빠도 달라지는 것을 보여주며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광경이면서도 끝까지 나를 TV앞에 몰입시킨 이유가 있어 마음이 안좋다. 머리를 박는 아이도, 소리 지르며 야단치는 엄마도, 너무나 이해가 되기에 마음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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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7-07-03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두 이해가 됩니다. 마음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 잔소리 하게 되죠....둘째라 더욱 스트레스 받나 봅니다. 그나저나 아빠는 알라딘 하고 있는 걸까요? 헤헤~~

hnine 2007-07-03 22:12   좋아요 0 | URL
TV보면서 제일 야속했던 사람이 바로 아이의 아빠였지요. 왜 육아는 일단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