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런던 아이코닉 런던 - 도시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런던의 오늘
성종민.김규봉 지음 / 이담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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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이며 유럽에서 가장 많은 방문객이 찾는 도시 런던.

저자와 출판사의 의도는 기존의 런던 여행, 관광책과 차별화 시키려던 것이었다 할지라도 여전히 여행, 관광 관련 책인 것은 부인할수 없다. 하지만 읽어보니 기존의 책들과 다른 것도 확실했다. 런던을 여행하게 되면 둘러보와야할 장소 안내, 그곳의 역사적 배경 정도를 설명하는 관광 여행책들의 관점이 주로 런던의 과거에 집중되어 있을 수 밖에 없었다면 이 책은 제목처럼 런던의 현재가 과거의 재현이 아니라 미래를 향하여 있는, 미래지향적 가치관의 반영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쓰여진 책인 듯 하다. 이제 런던에 가면 영국의 과거와 연관지어 보는 대신 런던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를 그려보는 색다른 시각을 갖추게 하는 계기를 이 책이 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여행책과 차이가 있어 읽어볼만 했고, 앞으로 런던에 또 갈 기회가 생기면 참고서로 다시 들춰봐야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기획하고 쓴 성종민이라는 저자 자신이 재미있는 이력을 가진 분이었다. 소개글에 의하면 수십년 전 서울에서 살사 댄서를 포함하여 다양한 직업을 가졌던 이력이 있고 자신이 직접 회사를 차려 잘 나가다가 회사에서 물러나게 되는 일을 겪는다. 낙심과 절망 끝에 어느 날 홀린 듯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런던대에서 문화예술정책 석사 학위를 받았고 10년 째 빨간바지라는 이름의 런던 여행사 대표로 일하고 있다. 직접 투어 가이드 경험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문화예술정책이라는 전공 분야에서 온 전문성을 살려 오래 묵지 않은 생생한 정보와 현장성을 책 속에서 유감없이 전달해주고 있다. 내가 최근 런던에 다녀온 것이 2018년인데 그때까지만 해도 모르던 정보들이 들어있어 이 책의 출판 년도를 보니 2022년 2월이다. 그 정도면 최신 정보를 담고 있을 수 밖에.

런던을 패딩턴, 킹스 크로스, 시티 오브 런던, 카나리 워프, 서더크, 그 외 지역, 이렇게 여섯 개의 큰 지역으로 구분하였고 그 밑에 place 1부터 place 30 까지, 서른 개의 구체적인 장소를 뽑아 설명하였다. 

이 책의 키워드를 뽑자면 건축, 도시계획, 도시 재생이라고 하겠는데. 이 세가지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수 있었고 이들이 어떻게 연관되어 도시 재생에 반영되고 있는지 비교적 잘 설명되어 있었다. 

이 책에서 최근 런던 도시 재생에 가장 중심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건축가로 든 사람은, 이름이 익숙한 노만 포스터, 렌조 피아노, 리차드 로저스도 아닌, 토마스 헤더윅 (Thomas Headerwick,1970~  ) 이라는, 나에게는 생소한 사람이었다. 건축가이면서 산업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토마스 헤더윅의 작품으로는 런던 이층 버스 (모서리가 둥글게 유선형의 뒷모습으로 새로 디자인된),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대, 상하이 엑스포 영국관, 런던에서 지금 가장 힙한 지역으로 부상한 패딩턴 베이슨에 있는 팔각형으로 접히는 다리 (Rolling Bridge) 등, 그의 행보로 봐서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석탄 창고에서 복합문화상업공간으로 탄생한 콜드롭야드 (Cold Drop Yard)의 쇼핑몰 2층에는 삼성 킹스 크로스 플래그십이 있다고 하는데 들은 적도 본적도 없어 이상하다 했더니 2019년 9월에 오픈했다고 한다. 

옛것을 좋아하는 지키고 싶어하는 영국 사람들에게 미래 지향적, 도시 재생 사업이라는 말이 어쩐지 자연스럽게 어울리지는 않는다 싶었는데, 처음부터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은 듯 하다. 예를 들어 런던 금융 중심가인 시티 오브 런던에 위치한 세인트 폴 대성당은 런던을 대표하는 성공회 대성당으로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돔 성당이고 오랜시간 서민들과 호흡을 함께 해온 상징적인 건물인데, 세인트 폴 조망권이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새 건물을 지을때 세인트 폴 대성당만큼은 보이게 지어야 한다는 건축 법안이다. 이로 인하여 1963년까지 런던에는 변변한 고층 빌딩 하나 없었다가 2000년대 초반 새로운 시장이 제한 조건을 많이 완화시키면서 몇몇 빌딩이 예외 승인을 받아 지어짐으로써 스카이라인에 상당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현재와 같은 스카이라인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영국의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건물들이 기술적으로 하이테크 건축을 지향하고 있고 혁신적인 외관을 가짐에 따라 건물의 본명대신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건물들이 많다. 거킨, 위키토키 빌딩, 치즈 그레이터 등은 모두 건물을 일컫는 별명들이다.

도시재생은 특이점이 있어야 한다.

도시 재생은 지속 가능해야 한다.

도시 재생은 예술성을 갖춰야 한다.

저자가 후기에 덧붙인 내용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도시 재생 사업이 화두가 되어 있고, 최근 더욱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도 상황과 현실이 같지는 않지만 런던을 비롯한 여러 도시들의 경우를 참고하면 좋을 듯 하다. 


덧붙여, 책 속 내용과 연관된 음악이나 동영상을 읽는 사람이 바로 그 자리에서 듣고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QR코드를 삽입해놓은 아이디어에 점수를 주고 싶다. 별것 아닌 것 같으면서도 참신하고 읽는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음악뿐 아니라 내용에 있는 장소를 책을 읽으면서 바로 동영상으로 직접 볼수도 있고 저자의 음성으로 직접 설명을 들을 수도 있으니 현장감을 한층 높여준다.

아쉬운 점도 덧붙이자면, 2022년에 출간된 책이라고 믿기 어려운 표지 디자인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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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5-3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표지는 1980년대 어디쯤 있는듯한 느낌이네요. ㅎㅎ 도시재생에 대한 관점이 맘에 드네요. 물론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겠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 나라 곳곳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도시 재생 사업이란 것들도 지차체의 일회적인 보여주기식이 아니고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을 위한 모두 좋은 선택이었으면 해요. 이런 책들 좀 많이 보고 말이죠. ^^

hnine 2022-06-01 08:11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도 표지만 보고 골랐다면 안 읽었을수도 있을 정도라고 할까요.
그런데 내용은 꽤 읽을만 했어요.
말씀하셨듯이 우리나라도 서울은 물론이고 지방에도 예전에 쓰이다가 안쓰이는 건물이나 장소 (연초장, 철도역, 정미소 등등) 를 완전히 허물기 보다는 옛날 용도를 살리고 예술성을 더해 재건축해서 이용하여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그 마을 자체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구심점역할을 하게 하는 노력이 눈에 많이 띄지요.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읽었는데 나중에 따로 구입해서 봐야할지도 모르겠어요.